[대한경제=최장주 기자] 현대해상화재보험이 발달지연 아동의 민간자격 치료사에 의한 놀이치료 실손보험금 지급 거부 소송에서 승소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단독은 의료법상 의료행위는 의료인이나 의료기사만이 시행할 수 있다는 현대해상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민간자격 치료사가 제공한 치료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앞서 부산지방법원에서 민간자격자가 시행한 심리적재활중재치료비가 실손보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판례와 같은 맥락이다.

이번 소송은 현대해상이 2023년 5월부터 의사의 처방 및 진단 없이 민간자격 치료사가 진행한 놀이치료에 대해 실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데서 비롯됐다. 발달지연 아동의 놀이치료비 약 300만 원을 둘러싼 분쟁은 약 2년간 이어졌으며, 법원은 현대해상의 입장을 지지했다. 현대해상은 비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놀이’는 의료행위가 아니므로 실손보험의 보상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신경발달중재치료(NZ009)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놀이치료는 반드시 의료인 또는 의료기사만이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실손보험이 의료법상 ‘의료행위’를 기준으로 보장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응원하나 일부 무자격 의료행위로 인해 적절한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발달지연특별위원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당혹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발달지연특위는 대학병원의 경우 진료 대기 기간이 최소 2~3년에 달해 현실적으로 이용이 어렵고, 많은 부모가 의원급 병원의 민간치료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지적했다. 또한, 발달지연특위는 2020년 부산고등법원이 민간자격 치료사가 의사의 지도 아래 시행한 치료를 의료행위로 인정하며 실손보험 보장 대상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사례를 근거로 들며 현대해상의 방침을 비판했다.

현대해상은 발달지연 아동을 상대로 비급여치료를 제공하는 병원 부설 발달클리닉이 급증하면서 복지관이나 사설발달센터에서 근무하던 민간자격자가 의료기관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해상은 올해 1월 보건복지부가 발달센터 5개소를 조사한 결과 4개소가 ‘사무장병원’ 혐의로 수사의뢰됐으며, 지난해 9월 부산지방법원에서 병원 부설 발달센터(2개 지점)가 사무장병원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발달지연특위는 이번 판결이 동일한 약관 아래 가입된 계약자 간 형평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추가 법적 대응 여부를 논의 중이다. 현대해상은 앞으로도 건별 심사를 통해 민간자격 치료사의 의료행위에 대한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할 전망이다.

최장주 기자 cjj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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