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공포 확산에 위험회피 심리
위안화 약세도 환율상승 압박
전문가, “외환위기 올 수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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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경제 DB. |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과거처럼 외환위기를 걱정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15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0.9원 오른 1484.1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환율은 장 초반에는 1487.5원까지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을 미국의 상호관세 발효로 인한 미·중간의 충돌로 보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일 10%의 기본 상호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9일부터 한국을 비롯한 80여개 국가에 최소 11%에서 최고 50%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특히 중국에는 54%의 상호관세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에 중국이 대미 보복관세를 선언했다. 트럼프 정부는 보복관세를 이유로 다시 중국에 총 104%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됐고 위험회피 심리로 원화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환율 수준이 높지만, 이전의 글로벌 금융위기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처럼 외환위기가 실제로 오거나 올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현 고환율은 조금 더 안정적인 곳에서 자금을 확보하려는 니즈의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을 떠난 영향”이라며 “외화자금 시장에서 위기가 초래된 것이 아니다. 과거보다 시장 안정성도 높아졌기에 위기가 오더라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환율이 높아졌다고 외환위기라는 등식은 아니라는 의미다. 외환위기는 국내 투자한 외국인들이 자금을 일시에 회수하면서 국내 기업 등이 외화자금의 결제 및 상환 요청에 대응하지 못하고 외환보유액으로도 감당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에 놓인 상태로 지금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위안화 절하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역외 위안·달러 환율이 9일 새벽 7.42위안을 상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서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미국이 부과한 104%의 관세 충격을 상쇄하려고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는 흐름이 보인다”며 “위안화에 원화도 동조화되면서 원화가 절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25% 관세를 부과받은 가운데 위안화 약세까지 추가되며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에 놓였다. 원화도 이를 반영해 하방 압력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환율 흐름과 관련해 주요국들의 관세 협상 국면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관세는 이미 예고된 대로 발효됐기 때문에 우리를 포함한 여러 나라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과의 관세 갈등이 중국외에 유럽까지 격화된다면 경기침체 우려로 환율 상단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는 와중에 위안화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며 “환율에 단기 상방 압력이 강해지면서 관세 이벤트가 추가로 발생할 시 1차 상단을 1490원, 2차 상단은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외환 당국의 개입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충돌이 아직 초입단계라 방향성을 가늠하지 못하는 만큼 당국이 국민연금과 환헷지 수단을 섣불리 활용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다.
서 수석연구위원은 “당국이 개입을 하더라도 방향성 등 어느 정도 정보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며 “환율이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장 왜곡을 줄이는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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