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주민등록상 ‘동일한 세대’라도 실제로는 따로 산다면 별도로 아파트 분양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동일 세대 여부는 주민등록상 등재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원칙이지만, 실질적으로 별도의 가구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된다면 별개의 세대로 보고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 |
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ㆍB씨 부부와 A씨 동생인 C씨가 경기도 성남시 D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수분양권 존재 확인 등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D구역 내에 토지와 주택을 각자 갖고 있던 A씨 부부와 C씨는 주민등록상으로는 동일한 세대로 등재됐지만, 실제로는 따로 살고 있었다. B씨의 경우 거의 미국에 살면서 재외국민으로 등록한 상태였다.
A씨와 C씨는 각자 분양 신청을 했지만, 조합은 주민등록상 1세대인 A씨 부부와 C씨에게 1개 주택만 분양하는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 성남시의 인가를 받았다. 도시정비법은 여러 명의 토지등소유자가 1세대에 속하는 경우에는 여러 명을 대표하는 1명을 조합원으로 본다고 규정한다.
이에 A씨 등은 “주민등록상 같은 세대로 등재됐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별개의 세대인데도 하나의 세대임을 전제로 1개 주택만 분양한 것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1ㆍ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 등은 관리처분계획 기준일 당시 각각 별개의 세대를 이뤄 독립된 생활을 한 것이어서 하나의 세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동일한 세대를 이루고 있는 세대원’인지 여부는 주민등록표 등 공부(公簿)에 의해 형식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시 2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도시정비법 등에서 말하는 ‘1세대’, ‘하나의 세대’, ‘동일한 세대’는 실질적으로 주거와 생계를 같이하고 있는 가구를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며 “A씨 등이 실질적으로 주거와 생계를 같이하고 있지 않았던 이상, 이들은 ‘동일한 세대’를 이루고 있는 관계라고 할 수 없고 ‘하나의 세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해당 조항의 이유는 정비사업에서 이른바 ‘1세대 1주택’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서인데, 주민등록표 등재 등 형식만을 기준으로 1세대 여부를 판단한다면 실제로 주거와 생계를 같이하고 있으면서도 형식적으로 주민등록만 달리 두고 있는 경우 주택 여러 채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며 “이른바 ‘위장 세대 분리’를 막지 못하는 폐단이 발생해 오히려 1세대 1주택 원칙의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도시정비ㆍ개발 전문가인 정원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1세대 1주택 원칙은 도시정비법뿐 아니라 우리나라 주택공급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대원칙”이라며 “향후 어떤 사실관계를 토대로 별도의 세대로 볼 것인지를 두고 정비사업 실무상 다툼이 생길 소지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