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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김현희 기자] 금융당국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 등에 따른 충격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고민 중인 가운데 시중은행의 기업금융 강화방안은 자율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8일 내부 회의에서 "은행권의 기업대출에 대한 자본규제를 완화하는 등 인센티브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각 은행들이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인 '내부등급법'으로 위험가중치를 산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천편일률적으로 정해주는 표준등급법이 아닌 자체적인 내부등급법으로 기업 리스크를 평가하기 때문에 각 은행의 자율성에 따라 기업대출 확대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와 은행권 등과 함께 관세 충격에 대응하는 대책반을 구성해 금융권의 기업 지원 방안을 고민 중이다. 대표적으로는 은행권의 기업대출 확대를 위한 위험가중치 산정 체계를 개편하는 작업이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의 위험가중치가 150% 이상인 만큼 이를 줄여주자는 것이다. 산은법 개정 등으로 첨단전략산업기금이 본격화되면 기금과 함께 대출을 취급하거나 지분투자를 하면 위험가중치를 증시안정펀드 수준인 100%까지 낮출 수 있다. 공공기금 등의 성격이라면 해당 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최대 100%까지 낮출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이 들어가기 떄문이다.
다만 은행권의 기업대출 위험가중치를 낮추는 방안은 좀 다르다. 10년 전이라면 은행권의 위험가중치 산정 방식이 금융당국의 기준에 따르는 '표준등급법'인 만큼 금융당국이 위험가중치 산정 기준을 낮춰주면 됐다. 하지만 그동안 은행들은 표준등급법에서 내부등급법으로 위험가중치 산정 방식을 개편해왔다. 내부등급법은 은행이 자체 추정한 리스크 측정 요소를 활용해 기업의 신용리스크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내부등급법을 개편하려면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은행이 내부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으면서도 기업 대출이 가능한 수준 만큼 위험가중치 산정 기준을 개편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은행마다 각자 내부등급법에 따른 리스크 추정 등이 다르기 때문에 위험가중치 산정 기준치도 은행 각자 달라진다.
금융당국도 기업대출 관련한 내부등급법 승인을 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돼있지 않으면 승인하기 어렵다. 향후 기업대출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면 당국의 책임 문제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은행들은 내부등급법에 따라 기업대출의 위험가중치를 어디까지 완화할 수 있을지 '알아서' 판단해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내부등급법으로 각 산업·업종·기업별 위험가중치를 차등화해놓은 상태다. 공공성이 가미된 대출이나 투자인 경우에만 위험가중치를 최대 100%까지 완화할 수 있도록 유권해석이 가능한데, 공공성이 아닌 민간 은행의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100%까지 낮추기도 어렵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에게 기업보증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선수금환급보증(RG)처럼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을 적용하듯이 다른 업종에 대한 기업보증을 확대해준다면 그만큼 자체적으로 기업대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험가중치 산정시 해당 기업에 대한 보증이 포함되면 내부등급법상 그만큼 대출 여력을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일부 경기민감업종의 대출에 대한 면책특례도 검토대상이다. 이미 조선업의 RG에 대해서는 면책특례를 조만간 적용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의 자본규제 완화 방안을 고민하지만 위험가중치는 이미 각 은행마다 내부등급법으로 각 업종과 기업마다 차등화를 해둔 상태"라며 "은행들이 최대한 기업 지원을 위해 대출 여력을 알아서 늘리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유도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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