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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운하사업 ‘입찰 담합’ 몰랐는데…설계보상비 판결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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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15 05:00:30   폰트크기 변경      

수자원공사 공구별 반환 소송 제기
대표사로부터 설계보상비 못 받은
구성원사까지 연대책임 판결 논란


[대한경제=백경민 기자] 10여년 전 경인운하사업 시설공사 입찰담합 논란 이후 발주처인 한국수자원공사가 제기한 공구별 설계보상비 반환 소송 결과를 두고, 당시 들러리사 공동수급체에 이름을 올렸던 일부 건설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소송 과정에서 입찰 당시 대표사들 사이 담합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데다, 그 이후 공동수급체 대표사로부터 설계보상비를 지급 받지도 못했다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법원의 연대책임 결정에 따라 설계보상비 전액과 지연손해금 등을 모두 반환해야 되는 처지에 놓이면서다.

14일 관계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올 초 경인운하사업 시설공사 관련 설계보상비 반환에 대한 일부 건설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경인운하사업은 총 연장 19km의 주 운수로를 주축으로 항만, 제방, 도로, 교량, 배후 물류단지 등의 시설물을 건설하는 대규모 공사로, 지난 2009년 닻을 올렸다.

당시 총 6개 공구, 턴키(설계ㆍ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추진돼 대형 건설사를 위주로 낙찰을 받았다. 이후 발주처인 수자원공사는 낙찰자로 선정되지 못한 각 공동수급체 대표사에게 설계보상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5년 뒤인 2014년 이 사업 입찰 과정에서 낙찰사들이 각자의 참여 공구를 사전에 합의하고 공구별 들러리사를 내세우는 등 담합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해당 건설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 받았고, 수자원공사는 설계보상비 수령사에 대해서도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2월 1심 재판부는 이와 관련 수자원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공구별 설계보상비 전액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지급 등이 골자다.

입찰 당시 담합 사실을 몰랐거나 공동수급체 대표사로부터 설계보상비를 지급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일부 구성원사에 대해서도 동일한 잣대가 적용됐다.

대표사와 공동수급협정을 체결한 만큼 각자의 출자비율에 따라 발주자에 대한 계약 상 의무이행에 대해 연대 책임을 져야 하고,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더라도 그 책임의 유무를 달리 볼 필요가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후 이 사업 5공구 들러리사 공동수급체 구성원이었던 영화산업개발 등 일부 건설사는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의 이같은 결정에 영화산업개발 등은 설계보상비 반환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영화산업개발은 당시 10% 지분으로 금광기업 공동수급체의 구성원사로 이름을 올렸다. 금광기업은 수자원공사로부터 설계보상비를 지급 받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구성원사 중 하나였던 케이디건설(지분 10%)도 비슷한 시기에 회생절차를 밟은 뒤 파산했다.

영화산업개발 관계자는 “당시 회생절차를 밟게 된 두 건설사의 설계보상비 반환 책임을 모두 떠안게 된 상황”이라며 “금광기업으로부터 지분에 따른 설계보상비를 지급 받지 못한 데다, 입찰 담합 여부나 설계보상비가 지급된 사실 자체도 인지하지 못해 당시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케이디건설은 파산했지만, 금광기업의 경우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5공구의 경우) 현대산업개발과 금광기업이 불법행위를 저질렀는데, 아무것도 몰랐던 우리가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감당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억울한 측면이 크다”고 덧붙였다.

영화산업개발은 현재 상고심에 나서는 한편, 현대산업개발과 금광기업 등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영화산업개발 관계자는 “최악의 시장 상황에 법정관리 신청이 잇따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일이 언제 또 일어날 지 모른다”며 “아무리 연대 책임을 진다고 하지만, 이런 식의 결과라면 누가 언제 담합을 모의하게 될 지, 누가 언제 망하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 어떤 사업이 나온들 겁이 나서 선뜻 나설 수 있겠느냐”라고 토로했다.


백경민 기자 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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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부
백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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