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계열 신탁사, 대규모 자금 수혈 받아
자금 수혈 어려운 신탁사 정책금융기관 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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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권해석 기자]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부동산신탁사 중 일부가 신용보증기금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와 달리 대주주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기 어려운 신탁사가 정책금융기관의 신용보강으로 자금 조달 비용 줄이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대신자산신탁과 코리아신탁이 P-CBO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 2월 코리아신탁이 P-CBO로 250억원을 조달했고, 지난달에는 대신자산신탁도 P-CBO를 통해 200억원을 확보했다.
P-CBO는 신용보증기금이 저신용등급 회사채를 모아 신보 보증으로 신용을 보강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자체 신용으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당초 P-CBO 지원 대상에는 신탁사가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가 무궁화신탁에 경영개선 명령을 내리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안정화 조치의 일환으로 P-CBO 지원대상에 부동산신탁사 추가했다. 신탁업계의 자금난을 해소를 지원해 신탁사의 부실이 부동산 PF 시장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지난해 부동산신탁업계는 막대한 규모의 손실을 냈다. 14개 부동산 신탁사는 당기순손실액이 6491억원에 달했다. 부동산 신탁업계가 손실을 낸 것은 지난 2010년(-153억원) 이후 처음이다.
신한자산신탁이 지난해 3085억원의 손실을 냈고, KB부동산신탁과 교보자산신탁도 각각 1133억원과 2409억원씩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무궁화신탁의 손실 규모도 1371억원에 달했고, 대신자산신탁과 코리아신탁도 각각 190억원과 191억원씩 당기순손실을 봤다.
이 중 금융지주 소속 신탁사들은 지난해 대규모 자금 수혈을 받았다. 신한자산신탁이 신한금융지주로부터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았고, KB부동산신탁과 교보자산신탁도 유상증자를 통해 KB금융지주와 교보생명으로부터 각각 1500억원과 1000억원씩을 지원받았다.
반면 대신증권 계열사인 대신자산신탁과 독립계 신탁사인 코리아신탁은 P-CBO를 통한 자금 확충을 택했다. P-CBO를 활용하면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어 자금조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대신자산신탁은 P-CBO를 통해 연 3.5%로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지난 2월에는 연 6.9% 금리로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금리 부담이 절반 이하로 내려간 것이다. 코리아신탁도 연 6.5∼6.7% 수준의 금리로 발행하는 회사채를 P-CBO를 통해 조달 비용을 연 3.5%로 낮췄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신탁업계가 P-CBO에 신탁업계를 포함해 달라는 요구를 금융당국에 했고 올해부터 신탁사가 P-CBO로 자금 조달을 시작했다”면서 “신탁사의 자금 조달 비용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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