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트럼프의 파월 해임 압박
한국은 계엄ㆍ탄핵 후유증 지속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로 정치(리스크)가 떠올랐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의장의 해임을 언급하며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나섰고, 한국은 12ㆍ3 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경제 하방압력으로 인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폭을 제한하고 있어서다.
오는 5월 말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도 조기대선(6월3일)을 단 5일 앞두고 열리는 만큼, 정치적 고려가 개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은 오는 24일 발표 예정인 한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한은의 지난 2월 전망치(0.2%)를 크게 밑돌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은 역시 1분기 성장률이 소폭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고 비상계엄 사태에서 비롯된 국내 정치 리스크를 비롯, 트럼프발 ‘관세전쟁’까지 겹쳐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도 종전(1.5%) 대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미국의 관세정책을 제외해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올 1분기 내내 장기화되며 올해 성장률이 상당폭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5월 발표될 수정 전망도 상당히 저하될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 핵심 고려사항 중 하나인 환율도 정치리스크로 인해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이 총재는 “국내 정치 불안이 원화 절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며 “1400원대 초반이던 환율이 계엄 이후 1460원대까지 올랐고, 내려오지 않고 있다”며 4월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대통령의 입김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방준비위원회 의장에게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해임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압박 강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이는 앞서 파월 의장이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인해 물가상승과 경제성장 둔화가 예상돼 통화정책을 관망하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파월 의장은 당시 “어떠한 정치적 압박에도 영향받지 않겠다”며 “미국인에게 최선인 결정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과거 어떤 연준 의장도 유사한 사례로 해임된 적이 없는 만큼, 금리로 인한 갈등이 해임 사유로 이어지긴 힘들다고 입을 모으지만 향후 연준의 금리 결정과정에서 트럼프의 압박은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다음달 29일 열리는 한은 금통위도 조기대선의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이 불과 5일 후 열리는 만큼, 금리 결정은 물론 수정 경제전망까지 자칫 정리적인 프레임에 갇힐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지난 17일 금통위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는 “(금리인하 여부 등) 사전에 시그널을 주는 건 어떻겠냐”는 질의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선거를 앞두고 그런 언급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그 사이 새로운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또 “한은은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며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면서 경제 데이터를 통해 결정하겠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일단 한은의 내달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하지만, 금통위를 앞두고 금리에 대한 유력 후보자의 입장이나 시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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