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00조원’에 한동훈 ‘200조원’ 투자
안철수 “이과생인 내가 실질적 해법 제시”
이준석 “멍청한 발상ㆍ책임감 없다”…‘李ㆍ韓’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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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1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서 경선후보인 안철수 의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나경원 의원, 양향자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손팻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조성아 기자]대선 주자들이 인공지능(AI)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00조원 투자’를 선언하자, 국민의힘 한동훈 후보는 ‘200조원 투자’를 공언하는 식이다. 그러나 구체적 로드맵 없는 대규모 투자 발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주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며 “정부가 민간 투자의 마중물이 되어 AI 관련 예산을 선진국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AI 세계 3대 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직후 이 후보는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퓨리오사AI를 방문하기도 했다.
모든 국민이 AI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모두의 AI’ 프로젝트 추진 구상도 밝혔다. 지난 15일 출범한 이 후보의 싱크탱크 ‘성장과 통합’은 ‘AI 정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민주당 김경수 후보는 지난 16일 “AI 주권 확보와 산업의 전환에 향후 5년간 총 100조원 규모 민관 공동투자를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민관 공동투자로 한국형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산업별로 특화된 AI 혁신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한동훈 후보가 15일 AI 인프라 마련에 총 200조원을 투자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공약했다. 한 후보는 구체적으로 “AI 인프라 조성에 150조원, 생태계 조성까지 포함하면 200조원의 투자를 제안한다”며 “의료 AI, 로보틱스, 국방 AI, 드론, 자율주행 등 실제 응용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겠다. ‘한국의 팔란티어’가 반드시 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후보는 AI 기반 맞춤형 학습시스템 도입을 제시하며 ‘AI 시대 G3 국가 진입’ 공약을 밝혔고, 홍준표 후보 역시 “AI, 양자, 초전도체, 반도체, 첨단 바이오 등 초격차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최소 50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안철수 후보는 AI 육성을 통해 ‘제2의 과학입국’(科學立國) 실현, 2035년까지 AI 세계 3강 진입, 과학기술 핵심 인재 100만명 양성 등을 제시했다. 그는 또 17일 SNS에서 자신이 ‘이과생’임을 내세우며 “의사, 과학자, 경영자, 교수로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의 문제를 정확히 보고 실질적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19일 경선 조별 토론회에서는 김 후보에게 “AI 잘 모르시죠”라고 묻는 등 AI 정책을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나경원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AI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국민이 불안해하는 ‘속 빈 강정’”이라며 최소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최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5만개 이상 확보하자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경쟁적인 AI 관련 투자 공약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이재명 전 대표가 이야기한 무상 AI정책은 무상 시리즈와 AI를 엮은 참 멍청한 발상”이라고 지적했고, 한 후보에 대해서도 “국채로 선심 쓰겠다는 이야기이고, 대한민국에 책임감이 없는 정치인”이라고 했다.
대선주자들의 AI 공약 발표는 미래 핵심산업인 AI 분야 주도권을 선점해 표심을 끌어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후보들이 투자 규모 등 숫자로만 대중의 시선을 끌려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래산업이 AI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기에 대선주자들이 일단 던지고 보자는 식의 포퓰리즘으로 경쟁하고 있다”면서 “AI는 ITㆍ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가 잘할 수 있는 분야임에도 뒤처지고 있어 국민들의 우려가 큰 상황에 대선 후보들이 구체적인 발전 전략과 로드맵을 제시해 실행 가능하도록 공약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성아 기자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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