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졸업 후 곧바로 결혼한 그는 출산과 전업주부로 지내며 남달랐던 색감에 대한 감성으로 플라워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그러면서 예술의 허기를 미술여행과 컬렉터로 달랬다. 하지만 미술에 대한 꿈과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먼발치에서 관망하는 듯한 시선으로 여행지의 풍경을 곧바로 화첩에 옮기면서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2010년 후반부터는 아예 작업실을 차리고 자연의 내면을 읽어내기 시작했다. ‘늦깎이 화가 ’허경애 (73)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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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애 화백이 이달 25일 개막하는 개인전에 출품될 조형물'나비의 춤'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허경애 스튜디오 제공 |
허 화백은 그동안 미술에 대한 애착과 열정의 보따리를 당차게 풀어놓는다.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언주로 M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을 통해서다. 허씨는 2019년 민화풍 그림으로 첫 개인전을 열며 화단에 데뷔했다. 2021년 목우회공모전에서 ‘환생’이란 조형물로 대상을 수상한 그는 이듬해 프랑스 최대의 예술축제 ‘아트캐피탈’ 기간 중 파리 그랑팔레에 참가하며 주목 받았다.
허 화백은 이번 전시회에 '나비의 춤(Dance of Butterflies)'을 테마로 알록달록 색칠한 회화 신작과 조형물 30여점을 내보인다. 화가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 2019년 이후 제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그동안 자연의 ‘쌩얼’(화장하지 않은 얼굴이란 의미에서 원래 그대로의 모습이란 뜻)에 심취된 허 화백이 전통 색감을 더해 명상적 화면을 창조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민화풍 그림에서 서정적 반추상화, 종이를 잘라 붙인 꼴라주 작품, 그리고 입체 조형물이 관람객을 반길 예정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조형물 ‘나비의 춤(The dance of a butterfly)’이다. 약 1m 높이의 나무 조형물에 나비들이 날아드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꾸몄다. 모든 소재와 형상을 금박 처리했고, 스와로프스키 크리스탈로 완성했다. 허씨는 “최근 자신의 화업에 또하나 ‘방점’을 찍을 작품”이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니키드 생팔에 영감을 받아 2021년 목우회 공모전에 출품한 조형물 ‘환생 '의 후속 시리즈 작품도 내보인다. 숭고한 이미지인 여인 흉상과 자유의 상징인 나비를 신비로운 색채적 미적 감각을 가미하여 뛰어나게 표현한 작품이다. 프랑스 계간문예비평지 ‘위니베르 데자르(Univers des Arts)’의 티보 조셋은 “극동 회화의 오래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화폭에 옮겼다”며 “특히 창조물의 영원성에 고정되어 있을 때 덧없는 것에 사로잡힌 영혼의 깊이를 요약해 냈다”고 평했다.
예전에 작업한 서정적 반추상화 작품들도 걸린다. 한국 전통 색감에 아크릴 물감을 더한 화면 속 이미지들은 마치 바람처럼 일렁이며 기운 생동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눈에 보이는 실제 풍경을 담은 작품이지만 사실성과 더불어 추상성을 가미해서인지 묘한 아우라가 색다르게 다가온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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