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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김관주 기자] 한국거래소가 야심 차게 선보인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코스닥글로벌) 지수가 시장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달 1일부터 21일까지 코스닥글로벌 지수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477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의 8593억원과 비교할 경우 약 44.4%가 줄어든 수치다. 1년 전(작년 4월1~19일)만 해도 1조2702억원에 달했다.
코스닥글로벌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최근 60일 평균 거래량은 △KIWOOM 코스닥글로벌 471주 △KODEX 코스닥글로벌 5053주 △TIGER 코스닥글로벌 6721주 정도다. 3개의 ETF를 모두 더해도 코스닥150 지수를 따라가는 KODEX 코스닥150 한 종목의 거래량(1028만주)에 한참 못 미친다.
코스닥글로벌 지수는 지난 2022년 11월 한국거래소가 1500개 이상의 코스닥 상장사 속에서 저평가된 우량기업 50여 개사를 선별해 만든 지수다. 코스닥의 벤치마크 시장인 나스닥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닥은 지난 2006년부터 글로벌셀렉트·글로벌·캐피탈 마켓 등 3부로 세분화하고 있다. 이중 글로벌셀렉트는 흔히 국내 투자자가 나스닥으로 인식하는 곳으로 엔비디아, 테슬라 등이 상장돼 있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코스닥글로벌은 코스닥 시장의 리딩그룹으로서 코스닥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소수의 우량기업을 통해 나스닥의 가치가 형성되고 상장된 모든 기업이 나스닥 상장 효과를 향유하듯이 코스닥 글로벌을 통해 코스닥 시장의 신뢰도와 상장 매력도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수에 편입하기 위해선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혹은 상위 7% 이내)이면서 최근 3년 평균 매출액 3000억원 이상 또는 영업이익 300억원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재무 실적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코스닥150과 달리 경영투명성(2개 이상 평가기관의 기업지배구조 평가 B등급 이상)까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거래소가 퇴출 허들을 점차 낮추면서 코스닥글로벌 지수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도입 첫해엔 기업지배구조 평가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등급 상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만 약속하면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봤다. 다음 해엔 B등급에서 C등급으로 기준 자체를 완화했다. 수시 심사에서 연 1회 정기 심사로 바꾸기도 했다. 평가기관도 1곳에서 3곳으로 늘렸다.
이러한 문제는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현장에서도 지적됐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코스닥글로벌로 편입된 기업 49개사 중 절반 이상인 29개사가 평가기관에서 주로 C등급 이하의 성적을 받았다”며 “평가기관을 당초 1곳에서 총 3곳으로 늘렸는데 일각에서는 다수 기관이 평가하는 것이 퇴출을 예상했던 일부 기업에 잔류 가능성을 주기 위한 방어용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런 평가나 비판은 저도 잘 알고 있다”며 “어떻게 개선할지 한번 점검해 보겠다”고 답했다. 다만,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관련해 아직 진행 중인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김관주 기자 p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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