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에 두번째 심리 이례적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대법원이 유력 대선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면서 대선 전에 결론이 나올지, 이번 대선 국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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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2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ㆍ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오는 24일 속행기일을 열어 이 전 대표 사건 심리를 이어간다.
앞서 전날 대법원은 이 전 대표 사건을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되는 ‘소부’에 배당했다가 곧바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첫 심리에 나섰다.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사건을 다루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보통 한 달에 한 번 심리를 여는데, 단 이틀 만에 두 번째 심리에 나서는 셈이다.
대법원이 신속한 사건 심리에 나선 것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이 전 대표의 피선거권을 둘러싼 사법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선거범 사건에 대한 신속한 재판을 강조해왔다.
다만 이 정도의 ‘속도전’은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게 법조계의 반응이다.
A변호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합의 일정이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알려지는 것은 처음 봤다”며 “법리나 사실관계가 복잡한 사건도 아니어서 대법원이 의지만 있다면 대선 전까지 충분히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상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재판장인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 12명(법원행정처장인 대법관은 제외) 등 모두 13명으로 구성된다. 이 전 대표 사건의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인 노태악 대법관이 이해충돌 우려 등으로 재판을 회피해 조 대법원장과 나머지 대법관 11명 등 12명만 심리에 참여한다.
이번 사건의 결론이나 선고 시점에 대한 경우의 수는 여러 가지지만, 이 전 대표의 대선 출마가 막히는 경우는 단 한 가지다. 대법원이 6월3일 대선 전에 ‘파기자판(破棄自判)’을 통해 2심의 무죄 판결을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으로 뒤집고 판결을 확정하는 경우다.
파기자판은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파기하되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다시 판결하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이 같은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상고심은 사실관계를 따지는 ‘사실심’이 아니라 1ㆍ2심 판결에 법리적인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보는 ‘법률심’인 데다, 무죄가 선고된 2심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자판을 통해 유죄로 뒤집어 마무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이유다.
대선 전에 파기자판을 통해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이 확정되는 경우에도 이 대표의 피선거권에는 영향이 없다.
대법원이 대선 전에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더라도(파기환송) 이 대표의 대선 가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전에 파기환송심의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선 전에 상고 기각으로 무죄 판결이 확정된다면 이 전 대표는 사실상 대선 가도에 날개를 달게 된다. 이 때문에 이 전 대표가 대선 전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털고 갈 수 있도록 대법원이 신속한 사건 심리를 통해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만약 대선 이후로 결론이 미뤄지고 이 전 대표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대법원은 재판 정지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내란죄나 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특권을 갖는데,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도 불소추 특권이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속도전을 두고 조기 대선 과정에서 ‘최고법원’이라는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B변호사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우리나라 최고 사법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어떻게든 이번 대선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검사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파트너스)는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모르지만, 대법원은 그 결과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며 “신뢰받는 사법부로 위상을 지켜나갈 것인지, 권력 앞에 흔들리는 갈대가 돼 오욕과 불신의 사법부가 될 것인지 그 선택은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전원의 몫”이라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자인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대선 당시 최대 이슈였던 대장동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피하려고 이 대표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였던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압박이 있었다고 허위 발언을 한 혐의도 받는다.
1심은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김 전 처장 관련 발언이나 백현동 관련 발언에 대해 모두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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