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96개팀 작품 엄선해 책 발간
결과보다 과정ㆍ성찰ㆍ기록 ㆍ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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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축학과 전국작품자랑’을 기획한 경규승 공동대표가 작품집을 소개하고 있다. / 사진=전동훈 기자. |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시공간의 제약 없이 전국 건축학도들의 작품을 한데 모으는 열린 플랫폼. 우리가 꿈꾸는 ‘전국작품자랑’의 지향점입니다.”
2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대한경제>와 만난 경규승, 권정환 공동대표는 작품집에 담긴 입상작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대한민국 건축학과 전국작품자랑(이하 전건작)은 지난해 공모를 통해 전국 46개교 96팀(108명)의 작품들 중 34개를 엄선,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프로젝트다.
강원대학교 건축학과 동기로 만난 두 공동대표는 건축학도들에게 서로를 위한 참고자료를 제공하고, 지방과 수도권 간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
국내 유명 대학의 건축학과 졸업전시회는 대부분 시험기간과 겹치고, 각 대학 캠퍼스라는 특정 공간에 국한된다.
학부시절 좋은 건축졸업전을 관람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경 대표는 “건축 정보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는 것이 우리의 첫 번째 목표였다”며 “작품집 구매자의 70%가 지방 소재 대학 재학생이라는 통계는 이 같은 접근법의 타당성을 입증한다”고 역설했다.
경 대표의 영국 유학 경험도 프로젝트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 대표는 “영국에서는 학생들의 작품을 책으로 출간해 다음 세대를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전통이 있다”며 “뛰어난 역량을 갖춘 한국 학생들의 작품이 기록, 공유되지 못하는 현실에 아쉬움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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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축학과 전국작품자랑 작품집 모습. / 사진=전건작 제공. |
‘공모전’ 대신 ‘자랑’이라는 명칭을 택한 이유를 묻자 권 대표는 “상을 받기 위한 경쟁보다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나누는 장을 만드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라며 “건축가로서의 진정성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했다”고 강조했다.
창의적 주제ㆍ비주얼ㆍ모델 등 3개 부문의 심사를 거친 작품들은 수상작과 입선작 구분 없이 5개 주제별로 책에 실렸다. 권 대표는 “수상작만 부각되는 위계적 구조를 벗어나 모든 작품이 동등한 가치를 가진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사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김한준(SoomeenHahm Design 소장), 김승현(UN Studio 디자이너) 등 건축 전문가들이 맡았다. 경 대표는 “국제적인 시각에서 학생들의 작품을 조명하고 싶었다”며 “다원적 관점이 한국 건축의 지평을 확장한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결정”이라고 부연했다.
작품집의 내용적 구성도 차별화했다. 단순히 결과물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설계 과정의 다이어그램, 작가의 성찰, 후배들을 위한 조언까지 포함하면서다. 권 대표는 “서로의 사고 과정과 해결 방식을 공유함으로써 동질감을 느끼고 연대감을 형성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예비 건축가들을 위해 ‘설계 과정의 동반자’를 자처한 두 대표는 이 작은 시도가 교육과 실무 현장의 건축 문화 품격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 대표는 “다른 학생들의 노력과 열정을 보며,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위로와 동기를 받을 수 있길 바란다”며 “향후 투자와 후원을 받아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고, 더 많은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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