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성장전략 한계 봉착”
삼우 ‘FIT Platform’ㆍ해안건축 ‘H-SLP’ 등
신사업 가속화…모듈러 브랜드 속속 출시
[글 싣는 순서]
<상> 脫건설 이유는 뭔가
<중> 3D 꼬리표 떼려면
<하> 사람이 미래다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건축설계시장의 극심한 가격 경쟁과 저조한 생산성 문제로 고전하는 국내 설계사들이 디지털 전환과 고부가가치 솔루션 개발을 앞세워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28일 대한건축사협회에 따르면 민간 건축설계용역 대가는 공공의 약 10∼3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건축설계 시장 연간 수주액에서 민간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73.5%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건설ㆍ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민간 건축시장 발주 물량이 급감하자 ‘제 살 깎아먹기’식 출혈 경쟁 양상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 건축사사무소 A사 임원은 “일부 업체의 경우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시장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제시하기도 한다”며 “덤핑 수주의 진짜 문제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설계도면 부실화를 넘어 기술 경쟁을 무색하게 만드는 데 있다”고 직격했다.
초저가 수주 관행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함께 타 산업 대비 낮은 생산성 또한 건축설계 업계를 압박하는 주요 요인으로 손꼽힌다.
이에 최소한의 인력 투입으로 일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건축’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기획 단계 드론을 활용한 3차원 공간정보 구축, BIM(건설정보모델링)을 통한 3차원 설계, 시공감리 업무 투명화를 돕는 ‘디지털 트윈 모듈’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스마트 건축의 산업적 활용범위와 효과는 비교적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견 건축사사무소 B사 대표는 “AI(인공지능)기술이 보편화하면서 설계사무소들이 속속 디지털 전환에 나서고 있지만 스마트 기술 활용도가 높은 제조업, 보건의료업 등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용역을 수주해 매출을 일으키는 기존 성장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인식이 확산하자 국내 대형 건축사사무소들은 ‘새 먹거리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건축회사의 독보적 공간 설계, 디자인 능력을 토대로 자체 모듈러 건축 브랜드를 출시하는가 하면, 사내에 조직을 구축해 전문적인 공간 브랜딩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한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가 지난해 선보인 공간 솔루션 ‘FIT Platform’, 고령자 맞춤형 주거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가 개발한 H-SLP(해안 시니어라이프 플랫폼),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의 스마트 가구 시스템 ‘미오’ 등이 대표적이다.
대형 건축사사무소 C사 대표는 “건축설계시장이 가격 경쟁 위주로 재편된 근본 원인은 시장 포화에 있다”며 “고부가가치 솔루션을 적극 발굴해 시장 파이를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공동기획> 한국건설기술인협회, 한국엔지니어링협회,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 대한건축사협회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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