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9일 명씨에 대한 소환 조사에 나섰다.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 수사를 위한 주요 무대가 창원에서 서울로 넘어온 이후 검찰이 서울에서 명씨를 직접 불러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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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구(舊)여권 정치인 다수가 연루된 공천 개입·여론조사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날 서울고검에서 명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명씨 관련 의혹 중 핵심인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해 명씨와 김 전 의원을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확인 차원에서 검찰이 명씨와 김 전 의원을 대질 조사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가운데 공천 개입 의혹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ㆍ보궐선거 당시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김 전 의원이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는 데 관여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여기에 검찰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여론조사업체인 미래한국연구소가 오 시장과 관련된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하는 과정에서 오 시장의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씨가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을 대납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자신이 오 시장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오 시장이 선거를 앞두고 ‘김 전 의원에게 서울도시주택공사(SH)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했다는 게 명씨의 주장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이 같은 의혹이 완전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2021년 1월쯤 김 전 의원의 소개로 명씨를 두 차례 만났지만, 이후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끊어냈을 뿐만 아니라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도, 조사 결과를 받아본 적도 없다는 게 오 시장의 공식 입장이다. 오 시장은 명씨를 중앙지검에 고소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명씨는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아내와 여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오세훈을 잡으러 창원에서 서울까지 왔다”며 “오 시장과 관련된 수사 꼭지가 한 개가 아니라 20개다. 기소될 사항이 20개인데, 10%도 (언론에) 안 나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명씨는 여론조사 의혹의 주범으로 과거 자신과 함께 일했다가 관계가 틀어져 적대적 관계가 된 강혜경씨를 지목했다.
명씨는 “거기(검찰 조사 내용) 보면 강철원(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제가 나경원(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하고 최종 여론조사 단일화하는 게 나온다. 저는 여론조사 조작으로 기소가 안 됐는데 누가 조작했을까”라며 해당 인물이 연구소 부소장이었던 강씨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명씨는 윤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당시 고생한 김상민 전 부장검사 공천을 도와주라’고 했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김 여사는 지난해 총선 당시 창원 의창 지역구에 김 전 부장검사가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를 위해 당시 현역 의원이었던 김 전 의원을 김해갑 지역구로 옮겨 출마하게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전 의원은 ‘김해갑 지역구로 옮겨 출마한다’고 발표했지만, 김 전 부장검사와 김 전 의원은 모두 국민의힘 공천에서 탈락했다.
명씨는 “김 여사가 김 검사를 좀 챙겨주라고 말하고, 김영선한테 요번에 참고 공기업이나 장관직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타진한 것”이라며 “영부인이 (집권) 2년 차에 전화가 와서 이런 부분을 부탁했을 때 거절하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의원도 이날 검찰 출석 과정에서 자신의 회계 책임자였던 강씨의 횡령 혐의를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전 의원은 ‘대선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공천을 주는 건 문제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자필 의견서를 검찰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김 여사와 오 시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김 여사 측에 이른 시일 내에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한 상태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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