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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영제 위기 진단] 버스회사 지원하는 시민혈세, 이대로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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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01 10:40:17   폰트크기 변경      
서울시 손실 보전해주고 권한은 없어

경영 못해도 먹고사는 구조로 전락

노조, 올 임금 20% 인상 요구

전문가 “적자노선 개편 등 대책 시급”


서울 시내버스 노사협상이 결렬되면서 노조가 준법투쟁에 돌입한 지난 30일 오전 용산구 한 버스 정류장 전광판에 준법투쟁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 / 사진 : 연합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시민의 혈세로 지급하는 버스 회사 보조금 규모가 급증하고 버스노조 파업이 반복되면서 20여년간 이어져 온 ‘준공영제’에 대한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30일 첫차부터 시작된 서울 버스의 준법투쟁은 하루 만에 끝이 났다. 노조는 연휴 기간 시민 편의를 위해 정상운행으로 복귀한 후 오는 8일 전국 노조가 모여 최종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버스 노조는 올해 임금 인상률 20%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를 모두 수용할 경우 버스 운전기사의 평균임금이 6273만원에서 7872만원으로 인상된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시가 버스 회사들에 지급해야 할 인건비 총액도 한 해 3000억원 가까이 증가하게 된다. 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따른 누적 부채가 1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시내버스 노사협상이 난항을 겪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시가 버스 회사들의 적자를 보조금으로 보전하기 시작한 건 2004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민간이 운영하던 버스 운행체계를 민영제와 공영제를 합친 ‘준공영제’로 개편하면서부터다. 이를 통해 수익 증대를 위한 무리한 운행이 사라지고 안정적인 버스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 증진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서울시가 지원만 하고 버스 회사의 독립 경영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제도의 허점이 드러났다. 회사의 비용 절감 노력은 사라지고 적자 노선과 감차 등에 대한 시의 조정 권한은 미약한 실정이다. 게다가 버스 회사들은 매년 임금 협상에서 파업과 같은 쟁의행위를 무기로 교섭에서 우위를 점하기도 했다.

준공영제 시행 이후부터 노사는 매년 시내버스 운전직 인건비를 연평균 약 4%씩 인상해왔다. 이에 지난해 서울 시내버스 운전기사 월급은 전국 최고 수준인 월평균 550만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시내버스 운송원가에서 운전직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50.8%에서 2024년 68.3%까지 증가했다.

물가와 인건비, 유류비 상승으로 시의 보조금 증가는 예견된 수순이지만, 버스 회사의 비용 절감과 수익 증가에 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준공영제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노선 개편이나 버스 회사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 감차 등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시 관계자는 “적자 노선을 줄이기 위해 노선을 전면 개편하고, 예비 차량 대수에 대한 감차를 지속적으로 감행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5월 기준 전체 시내버스 노선 392개 노선 중에 약 84.95%(333개)가 적자 노선으로 분류된다. 시는 내년 상반기 중 이런 노선들을 통합 운영하는 혁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수요를 분석해 원하는 시간에 버스 노선을 운행하는 ‘수요응답형 이동서비스(DRT)’도 노선 개편의 한 방안으로서 고려 중이다.

시 관계자는 “감차 지원금도 8000만원까지 늘렸다”라며 “초과분에 대해서도 감차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스 회사 간 경쟁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서울 시내버스의 지속가능한 발전방안’ 정책토론회에서 황보연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모든 손실을 보전해주면서 버스회사가 경영을 아무리 못해도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라며 “표준원가를 50%로 설정해서 잘한 회사는 원가율 절감을 통해 이익을 내고, 성과 이윤까지 받아 사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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