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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어대명’이 ‘위대명’… 격랑의 대선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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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01 15:29:33   폰트크기 변경      
대법, ‘李 무죄’ 파기환송

“2심 판결은 법리 오해한 잘못”
대법관 ‘10대 2’로 결론 내려
李 출마 자격 법적논란 불가피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2심의 무죄 판단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뒤집혔다.


당장 한 달가량 남은 대선 전에 유죄가 확정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대선 유력 주자인 이 후보의 출마 자격을 둘러싼 사법적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노총과의 정책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후보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10(파기환송)대 2(상고기각) 의견으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22년 9월 기소 이후 약 2년 8개월 만이자, 지난 3월 2심 선고 이후 한 달여 만이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야 하는 만큼 이 후보에게 무죄가 아닌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다만 형량을 얼마나 선고해야 하는지는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

이 후보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일정 기간 공직선거 출마가 막힌다.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않아 이 후보는 당장 대선 출마에는 제약이 없지만,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지 못해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선 전에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이 후보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헌법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에 대한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내란죄나 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특권을 갖는데,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도 불소추 특권이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앞서 이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2월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자인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대선 당시 최대 이슈였던 대장동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피하려고 이 후보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이와 함께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였던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압박이 있었다고 허위 발언을 한 혐의도 받았다.

1ㆍ2심의 판단은 명확하게 엇갈렸다.

1심은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김 전 처장 관련 발언이나 백현동 관련 발언에 대해 모두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문기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의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의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에서 말하는 ‘허위의 사실’은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사항으로서, 선거인으로 하여금 후보자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가진 것이면 충분하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우선 이 후보가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가 맞다고 봤다.

대법원은 “골프 발언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그 의미를 확정하면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피고인은 김문기 등과 함께 간 해외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쳤으므로, 골프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백현동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성남시는 자체적 판단에 따라 용도지역 상향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국토부의 성남시에 대한 압박은 없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과거의 사실관계에 관한 진술로서 그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해 증명이 가능하다”고 했다. ‘의견 표명에 불과한 만큼 처벌할 수 없다’는 2심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특정된 하나의 주제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행해진 일련의 발언 내용이 흐름상 특별한 주제 전환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는 경우에는 연결된 발언 전부의 내용이 일반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공표된 발언의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흥구ㆍ오경미 대법관은 ‘이 후보의 골프 발언이나 백현동 관련 발언 모두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큰 만큼 검찰의 공소사실 취지로만 해석하는 것은 형사법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지난달 22일 이 후보 사건을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되는 ‘소부’에 배당했다가 곧바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두 차례 심리하는 등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왔다.


사건 심리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태악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인 천대엽 대법관을 제외한 대법관 11명과 조희대 대법원장이 참여했다.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사건을 다루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보통 한 달에 한 번 심리를 여는데, 단 이틀 만에 두 차례 심리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선거범 사건에 대한 신속한 재판을 공언했던 조 대법원장의 의중도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판결 직후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따라 신속ㆍ집약적으로 깊이 있는 집중심리를 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법원은 “공소제기일부터 대법원에 상고 사건이 접수될 때까지 약 2년 6개월이 걸리는 등 1ㆍ2심에서 절차가 지연됐다”며 “엇갈린 실체 판단으로 인한 혼란과 사법 불신의 강도가 유례없다는 인식 아래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이후 신속하게 1심과 원심 판결문, 공판 기록을 기초로 사실관계와 쟁점 파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연방대법원 사례를 소개하면서 “2000년 부시와 고어가 경쟁한 미국 대선 직후 재검표를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이 벌어지자, 재검표를 명한 플로리다주 주대법원 재판에 대한 불복신청이 연방대법원에 접수된 후 불과 3~4일 만에 재검표 중단을 명하는 종국재판을 내려 혼란을 종식시켰다”고 덧붙였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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