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적법한 신고 절차 없이 물품을 수입하는 과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구매대행업자에 대해서는 수입 물품의 화주가 아니더라도 밀수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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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매대행업자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21억여원의 추징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해외직구 물품을 판매하는 A씨는 2021~2022년 824회에 걸쳐 모두 13억여원 상당의 의류를 밀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입 물품은 원칙적으로 세관에 신고해야 하지만, 본인이 직접 사용하기 위해 미화 150달러 이하의 물품을 구입한 경우에는 수입 신고를 생략할 수 있게 한 관세법 규정을 악용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물품 가격을 실제 판매 가격보다 낮게 신고해 2000여만원의 관세를 포탈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은 수입 물품의 화주가 아니어서 관세법상 밀수입죄의 주체인 ‘신고하지 않고 물품을 수입한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ㆍ2심은 “밀수입 범행의 대상으로 특정된 목록통관 물품들의 모든 국내 반입 과정은 전적으로 피고인에 의해 이뤄졌고, 수취인으로 돼 있는 국내 구매자는 이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관세법 처벌규정의 ‘세관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물품을 수입한 자’는 실제 통관절차에 관여하면서 밀수입 여부에 관한 의사결정 등을 주도적으로 지배해 실질적으로 수입행위를 한 자를 의미한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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