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해외주식 고객 유치 1000억원 투입
급증하는 ETF시장, 자산운용업계 수수료율 급락
[대한경제=권해석 기자]금융투자업계가 당장의 수익을 포기하면서 몸집 키우기에 열중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수수료 인하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일평균 약정액은 1조9000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 일평균 약정액 1조3000억원과 비교해 46%가량 껑충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인 794억원에서 674억원으로 감소했다. 키움증권을 통한 해외주식 거래는 늘었지만, 수익은 오히려 감소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4분기 9.3bp(1bp=0.01%)던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평균 수수료율이 올해 1분기에는 5.8bp로 낮아진 탓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1분기에 해외주식 투자자 유치를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평균 수수료율이 일시적으로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미국주식 신규고객과 3개월 이상 거래가 없던 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수수료 ‘0원’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메리츠증권도 미국주식 투자자를 잡기 위해 진행 중인 수수료 완전 무료 이벤트로 최대 1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1월 메리츠증권은 내년 말까지 미국 주식 투자자를 대상으로 거래 수수료는 물론 유관기관 수수료와 환전 수수료까지 면제하는 이벤트를 시작한 상태다. 이벤트 시작 전 1조원 수준이던 메리츠증권의 예탁자산이 3개월 만에 5조원을 넘어서는 성과를 냈지만,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도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커지면서 고객 유치를 위한 수수료 인하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ETF 시장 규모는 173조6000억원으로 1년 전(121조1000억원)과 비교해 43.3%(52조5000억원)나 성장했다. 올해도 ETF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이미 190조원을 넘긴 상태다.
반면, 자산운용업계의 수익성은 낮아지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31.6bp(1bp=0.01%)던 ETF 평균 운용보수율은 작년 6월에는 16.3bp로 반토막이 났다.
자산운용업계의 수수료율 인하 경쟁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 ETF의 총보수를 연 0.07%에서 0.0068%로 낮췄고, 삼성자산운용도 같은 달에 0.0099%던 ‘KODEX 미국S&P5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율을 0.0062%로 떨어뜨렸다. KB자산운용도 ‘RISE 미국 S&P500’과 ‘RISE 미국 S&P500(H)’ 2종의 ETF 총보수를 기존 연 0.01%에서 0.0047%로, RISE 미국 나스닥100’ ETF도 총보수는 연 0.01%에서 0.0062%로 인하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미국 대표지수 ETF를 일종의 미끼상품으로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익만 놓고 본다면 제살깎기 경쟁”이라고 말했다.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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