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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판결에 예고된 ‘비용 폭탄’…버스업계 넘어 기업들도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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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07 16:18:51   폰트크기 변경      
서울시 “통상임금 반영 시 3000억원 부담…전국 확산 우려”

지자체들 긴급 공동 대응 회의 개최…정례화 추진

기업 63% “통상임금 충격, 경영위기 체감”


서울 시내버스 노사협상이 결렬되면서 노조가 '준법투쟁'에 돌입한 30일 오전 용산구 한 버스 정류장 전광판에 준법투쟁 안내문이 표시되고 있다. / 사진 : 연합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올해 초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여파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버스노조와의 임금 협상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연간 수천억원대의 수당 부담이 발생한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지자체들이 공동 비상대응에 나섰다. 일선 기업들도 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으로 경영난을 우려하면서 올해 임금교섭의 최대 쟁점으로 ‘통상임금 산입범위’가 부상하고 있다.

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연휴가 끝나는 시점인 이날 오전 첫차부터 준법투쟁을 재개했다. 노조는 8일까지 최종 협상이 무산되면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번 협상에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서울에서 통상임금을 인정하면 전국적으로 버스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온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통상임금 문제로 인한 임금협상 결렬이 서울시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다른 지자체의 임금협상 과정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부산 버스노조도 임금협상에서 사측과 견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부산 버스노조는 대법원 판결 이후 1∼2월 동안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발생한 미지급금은 1인당 100만원 이상, 전체 노동자가 받지 못한 금액은 66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미지급금을 모두 받을 때까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지자체들은 이날 공동 대책회의도 개최했다. 서울시를 비롯해 부산시, 대전시, 대구시, 광주시, 울산시, 경기도, 제주도, 창원시 등이 참석했다.

지자체들은 향후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고,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통상 임금 등 공통 사안에 공동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서울 시내버스 노사 막판 협상이 불발된 3월 28일 새벽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서울시버스노동조합원들이 파업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 : 연합


지자체들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노조가 요구하는 대로 정기상여금 등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경우, ‘폭탄급’ 고지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장ㆍ야간ㆍ휴일 등의 추가수당 비중이 높은 버스업계에서 고정적인 통상임금이 올라갈 경우, 연쇄적으로 수당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면 전국적으로 매년 약 4621억원의 임금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구체적으로 서울이 약 1600억원, 경기도는 약 891억원, 부산과 인천도 각각 500억원 넘게 매년 증가한다.

상여금 외에 현재 서울 버스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기본급 8.2% 추가 인상까지 모두 합하면 시가 버스회사에게 지급해야 할 인건비 총액만 3000억원 이상 늘어난다는 것이 시의 분석이다. 준공영제의 특성상 시민 혈세 투입이 늘고, 버스 요금 인상도 불가피해진다.

시 관계자는 “특히 시내버스 운전기사 인건비가 급등하면 임금 격차로 마을버스 등 다른 운수업계에서 인력이 유출될 우려도 상당하다”라고 말했다.

마을버스는 이미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한 마을버스 운송업 관계자는 “지금도 시내버스 기사 자격인 마을버스 경력 2년을 채우면 모두 이탈하는 게 현실”이라며 “시내버스 기사 임금이 더 늘어나면 마을버스 기사는 이제 남아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통상임금 확대 판결 경영부담 실태조사. /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통상임금 판결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대한상의가 조건부 상여금이 있는 170여 개사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는 응답 기업의 63.5%가 통상임금 충격이 부담되거나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통상임금 포함 이후 임금 상승률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늘어난 인건비 부담에 다른 업계도 임금인상을 최소화하고 정기상여금을 대체하는 동시에, 신규 인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올해 임금교섭의 주요 의제는 통상임금 산입범위가 될 것이며, 잠재된 소송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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