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 50여 명 “윤석열 대통령!” 외치며 눈물도
내란ㆍ직권남용 병합 심리...연말까지 재판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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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 모습으로 법원에 출석했다.
1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재판은 검찰이 지난 1일 직권남용 혐의를 추가 기소한 뒤 열린 첫 공판으로, 육군 특수전사령부 박정환 참모장(준장)과 오상배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부관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55분 검은색 승합차에서 내려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했다. 법원이 요청한 지하주차장 출입이 허용되지 않으면서, 윤 전 대통령은 처음으로 일반 출입구를 통해 법정에 들어섰다. 포토라인에 선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응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한 채 곧장 법정으로 향했다. 법원 밖에는 약 50여 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며 환호했고, 일부는 감격에 겨운 눈물을 보였다.
재판부는 내란 혐의와 함께 추가된 직권남용 혐의를 병합해 심리하기로 했다. 검찰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군과 경찰의 지휘·통솔권을 남용해 이들에게 법적으로 부여되지 않은 임무를 강제했다고 주장했다. 공소장에는 윤 전 대통령이 경찰,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국군방첩사령부, 정보사령부, 국방부 조사본부 등 여섯 개 기관에 지시를 내렸다고 명시돼 있다.
검찰은 특히 주요 정치인을 영장 없이 체포하거나 구금하기 위해 체포조를 편성하고 출동시킨 점, 수도권 미결수용실 현황을 파악하고 이감 조치를 준비하도록 군을 동원한 점 등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이날 오상배 전 사령관 부관은 법정에 나와 윤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를 증언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이진우 전 사령관에게 ‘국회에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오 전 부관은 이 전 사령관과 함께 군 차량에 탑승해 국회 앞에 대기 중이었다며, 당시 군용 비화폰에 ‘대통령’이라는 표시가 떠 이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건넸고, 스피커폰이 아니었음에도 윤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첫 번째 통화에 대해선 “이 사령관이 ‘총 들고 담 넘어 들어가라고 했다’는 식으로 보고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고, 두 번째 통화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와라”라고 말한 것으로 들었다고 했다.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통과 이후 이뤄진 네 번째 통화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결의가 됐다고 해도 실제로 190명이 나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으니 계속하라’고 했다”며 “‘두 번, 세 번 계엄 하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법정에서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오 전 부관이 실제로 통화를 들을 수 있었는지 여부에 집중하며 전화 위치나 거리, 볼륨 등을 따져 물었다. 오 전 부관은 “이 사령관이 통화를 잘 들으려고 소리를 키운 것 같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줄곧 검찰이 제시한 다수의 증거가 내란 관련 수사 과정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것이라며, 증거능력을 부인해 왔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하루 전날인 11일 보수 성향 매체에 입장문을 보내 “지금 대한민국은 자유와 법치, 무질서와 선동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자유민주주의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원은 윤 전 대통령의 재판 일정을 연말까지 잡아둔 상태다. 재판부는 올 연말까지 한 달에 3~4차례씩 총 28회의 차회 공판 날짜를 잡아뒀다. 지상 출석 방침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같은 재판부는 오는 14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세 명의 내란 관련 6차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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