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80%는 ‘신속한 철거ㆍ정비 요청’
붕괴ㆍ화재 등 안전사고 우려… 위생상 유해 지적도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지방 인구 감소와 고령화, 도시 내 주택 노후화 등이 맞물리면서 ‘빈집’ 관련 민원이 매년 빠르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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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2022년 1월~2024년 12월) 월별 빈집 관련 민원 추이/ 그래픽: 권익위 제공 |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유철환)는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민원정보분석시스템에 수집된 빈집 관련 민원 2399건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조사됐다고 13일 밝혔다.
빈집 증가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빈집이 방치되면 안전ㆍ위생 문제나 범죄 유발 등 생활환경 악화는 물론, 장기화될 경우 도시 슬럼화나 지역 침체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빈집정보시스템인 ‘빈집애(愛)’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빈집 수는 약 13만4000호에 달한다.
권익위에 따르면 빈집 관련 민원은 2022년 598건에서 2023년 812건, 지난해 989건으로 최근 3년간 약 1.7배 늘어났다. 연평균 민원 증가율도 29.2%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로, 빈집에서 발생되는 해충이나 악취 등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큰 여름철에 민원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빈집 관련 민원은 경기(437건), 부산(239건), 서울(175건) 등 도심 지역에서 다수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남(2만호)과 전북(1만8000호), 경남ㆍ경북(각 1만5000호) 등 농어촌 지역의 빈집이 더 많은 상황에서 지방보다는 인구 밀집 지역에서 빈집으로 인한 생활 불편 체감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권익위의 설명이다. 결국 빈집 문제가 지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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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권익위 제공 |
빈집 관련 민원 중에서는 ‘신속한 철거ㆍ정비 요청’이 77.8%(1867건)로 가장 많았다. 그 중 붕괴나 화재 등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내용이 935건(50.1%)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석면 지붕, 쓰레기 방치 등 위생상 유해 문제(627건, 33.6%,) △주거환경ㆍ도시미관 훼손(213건, 11.4%) △범죄발생 우려(92건, 4.9%) 순이었다.
A씨는 “노후된 2층 빈집이 현재 일부 붕괴된 상태이며, 곧 건물 전체가 붕괴될 조짐이 보여 인명사고 방지를 위해 골목 통제 등의 조치가 당장 필요하다”는 민원을 냈다. B씨는 “빈집이 쓰레기 집하 장소가 돼 여름철이면 악취와 고양이들의 서식지로 변질돼 거주가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정책 문의ㆍ제안’은 빈집 관련 민원의 19.7%를 차지했는데, 빈집 소유주나 귀농ㆍ귀촌 희망자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빈집 철거ㆍ정비 정책에 대해 문의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빈집 철거 절차나 비용 부담 완화, 관련 정보의 접근성 확대, 소유주의 자발적 철거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등의 제안도 나왔다.
권익위는 민원 분석 결과를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에 제공해 향후 구체적인 빈집 관련 정책 추진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앞서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빈집 정비 종합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빈집정부지원팀’을 구성해 전국 단위 행정조사에 나섰다.
유 위원장은 “빈집은 생활밀착형 제도 개선이 필요한 문제”라며 “민원에 나타난 현장의 목소리가 향후 관계기관의 정책에 반영돼 국민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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