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과 관련기관 과실, 인과관계 인정 안돼”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2017∼2018년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1조5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1심 판단이 2심에서 뒤집혔다.
소송에 참여한 인원이 지진 발생 당시 포항 인구(51만9581명)의 96%인 약 50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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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한경제 DB |
대구고법 민사1부(재판장 정용달 부장판사)는 13일 포항시민들이 국가와 포스코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포항에서는 2017년 11월15일 규모 5.4 지진(본진)이, 2018년 2월11일 규모 4.6의 지진(여진)이 발생해 많은 주민들이 다치고 건물이 무너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조사연구단은 1년여간의 조사 끝에 ‘지열 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지열 발전을 위해 땅속 깊이 파이프라인을 깔아 물을 주입하고 빼는 작업이 반복되면서 단층을 자극해 지진이 촉발됐다는 것이다.
포항지열발전소는 2010년 ‘㎿(메가와트)급 지열 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이라는 이름의 정부 지원 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됐다. 시민들은 “1인당 1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국가 등을 상대로 소송전에 나섰다.
1심은 포항 지진과 지열 발전사업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지진 발생 당시 포항에 거주한 것으로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각각 200만~3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관련 기관의 과실과 지진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1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관련기관의 과실로 지진이 촉발됐어야 한다”며 “원고들의 주장 중 국가배상청구와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부분에서 과실이 부존재하며, 지진 촉발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포항 지진이 지열 발전사업의 영향으로 촉발됐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원고들 주장만으로는 공무원이나 관련기관의 과실 부분을 인정할 만한 충분한 입증 자료가 없다”며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강한 압력으로 물을 주입하거나 계획보다 많은 양의 물을 주입해 지진이 촉발됐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소송을 주도한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측은 “말도 안 되는 판결에 50만 포항 시민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즉시 상고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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