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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 칼럼] 구조만 바뀌는 가계부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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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14 06:00:36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김현희 기자] 최근 지분형 모기지 상품이 화두다. 상품 구조가 주택금융공사와 집주인이 주택 지분을 함께 매수함으로써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낮은 금리와 한도로 주담대 원리금 부담을 낮추면서도 주금공에게도 집세 같은 임차료를 내야 한다.

이같은 구조는 새로운 게 아니다. 지난 2012년 인천 청라지구 깡통주택으로 촉발돼 주담대보다 낮아진 집값으로 '하우스푸어'가 발생하자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주담대 연체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그 당시에도 이팔성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아이디어로 '세일앤리스백(Sale and Lease Back)' 방식의 주택 매입 방안이 고민된 바 있다. '세일앤리스백' 방식은 당초 기업이 소유 중인 자산을 다른 기업에 매각하고 이를 재임차해 활용하는 방법인데, 주택 대책으로는 은행 등이 집을 매입해주고 집주인이 이를 임차해서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응용됐다.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한 뒤 자금을 출자해 하우스푸어의 주택을 사들이고 집주인들에게 재임대하는 것이다. 재원으로는 국민주택기금 등 정부 참여 가능성도 열어두기도 했다.

지분형 모기지와 마찬가지로 집주인이 다시 집을 구매할 것을 희망하면 집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권리 '바이백(Buy Back) 옵션'을 주는 방안도 검토됐다.

지금의 지분형 모기지 상품과 구조만 다를 뿐, 주택 지분을 누가 함께 부담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출발점은 같다. 가계대출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이같은 시도는 10년 전에도 똑같았다.

하지만 문제점은 해결되지 못한 채 구조만 다르게 제시되고 있다. '세일앤리스백' 방식도 세금 관련 문제가 컸다. 주택을 매입할 때 취등록세 부담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것이다. 게다가 모럴해저드 문제점도 제기됐다. 당장 무주택자 지원에 이어 유주택자에 대한 지원이 과연 타당하냐는 것이다.

지분형 모기지가 실제로 시행되고 향후 민간 금융회사로까지 확대된다면 은행 등이 부동산 투기를 촉발하고 있다는 사회적 비난을 벗어나기 힘들다. 지난 2012년 당시 일부 금융지주사들이 이와 유사한 대안을 시행하려고 했지만 이같은 투기 논란 등에 중단되기도 했다. 은행 등이 이자장사, 부동산 투기에 가담했다는 정서가 여전한 상태에서 현실적 가능성은 쉽지 않아보인다.

다만 10년 전과 다르다라고 한다면 '지방 부동산'이다. 10년 전에는 서울 수도권이며 지방 모두 할 것 없이 침체 상황에 "지금 집을 사면 바보"라고 할 정도로 매수수요가 거의 없었다. 지금은 매수수요가 서울 수도권 지역에 몰리고 지방 부동산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구감소 등으로 인해 지방 부동산 수요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지방 부동산을 매입해 향후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주택 정책으로 지분형 모기지가 채택된다면 몰라도 가계대출 해결책으로 활용되기에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구조만 달라졌을 뿐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차기 정부의 부동산·가계대출 정책 방향이 어디로 나아갈지 알 수 없지만, 근본적인 고민 없이 구조만 바뀌는 방안으로는 가계대출 관리가 되기 어렵다. 사회 인프라 구성 등 전반적인 주거 정책에 혁신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가계대출 문제는 10년 전과 지금이나, 그리고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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