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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설산업의 걸림돌과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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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27 13:16:42   폰트크기 변경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

건설산업은 국가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국민 삶의 환경을 만들어 온 핵심산업이다. 주택, 학교, 병원, 도로, 철도 등 국민의 삶이 영위되고 이어지는 모든 공간에는 언제나 건설산업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건설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걱정과 불안이 가득하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건설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점점 더 복잡해지면서 산업에 많은 과제를 안기고 있다. 건설산업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과 당위성은 분명하다. 산업의 앞날에는 넘어야 할 ‘걸림돌’과 딛고 일어설 ‘디딤돌’이 함께 놓여 있다.

먼저, 건설산업이 맞닥뜨린 걸림돌부터 들여다보자. 건설산업은 ‘규제산업’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다양하면서도 세밀하게 설계된 제도적 통제와 구조적 제약을 통해 관리받고 있다. 특히, 과도한 안전과 품질 관련 규제는 산업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걸림돌 중의 하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라는 점을 고려할 때 효과적인 제도의 수립과 시행은 필요하다. 하지만, 사고 발생에 따른 본질적 원인 해결보다는 처벌 중심의 현행 제도에 관한 아쉬움이 큰 건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다음은 공사비다. 적정한 공사비 확보를 위한 업계의 요구는 끊임없는 메아리와도 같다. 물론, 무엇이 적정한지에 대한 정의는 발주자와 시공자의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적정한 공사비의 확보가 소위 ‘성공적’인 사업을 반드시 보장하지도 않는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제값에 이르지 못한 공사비는 사업의 품질은 물론이고 안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건 건설산업의 주체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 외에도 책임은 아래로, 권한은 위로 흐르는 기형적인 계약 구조도 시공의 전 과정에서 불균형을 만드는 원인이다. 발주처는 수많은 조건과 요구사항을 내세우지만, 정작 그에 따른 책임은 원도급사와 하도급사의 몫이다. 이에 따라 건설 현장은 위험을 회피하는 공간으로 변질되며, 기업은 투자하지 않을뿐더러, 기술 개발이나 축적 대신 방어 전략을 선호하게 된다. 이와 같은 수많은 걸림돌은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미래를 어둡게 하는 장애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우리가 해결책을 모색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건설산업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걸림돌들을 디딤돌 삼아 혁신과 상생의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건설산업은 미래의 국가 성장산업으로 위상과 가치를 확고히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과 상생 협력 문화 구축에 참여 주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하고, 적정 공사비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며, 참여 주체 간의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과 경험을 공유하고, 위험을 나누는 상생 문화는 건설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근간이 된다.

다음은 첨단 기술 활용과 스마트 건설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술혁신이라는 디딤돌이 필요하다. 생산성 향상과 안전 확보를 위한 드론, 로봇, AI 등 스마트 건설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위한 연구 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스마트 건설 전문 인력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술 공유 및 확산을 위한 플랫폼 마련도 시급하다. 스마트 건설기술은 건설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끝으로, 안전 최우선 문화 정착과 예방 중심의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건설 현장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작업자의 안전 의식을 높이는 교육을 강화하며, 스마트 안전 기술 도입을 통해 위험 요소를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안전에 대한 투자와 노력은 곧 건설산업의 신뢰도를 높이고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디딤돌이 될 것이다.

건설산업의 미래는 현재의 걸림돌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를 어떠한 지혜와 노력으로 디딤돌 삼아 혁신과 상생의 길을 모색하느냐에 달려 있다. 산업 참여 주체의 적극적인 변화 의지와 현명한 정책 지원이 조화를 이룰 때, 건설산업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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