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나 중장기 경쟁 시대 열려
[대한경제=최장주 기자] 달러 등 통화가치와 연동되는 가상자산인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결제가 가능한 카드가 국내에서도 첫 선을 보였다.
국내에선 아직 스테이블코인이란 용어와 개념조차 생소한 만큼, 당장 기존 신용 및 체크카드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신용ㆍ간편결제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일 카드업계 등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에 본사를 둔 레돗페이(RedotPay)는 최근 한국어 홈페이지를 오픈하면서 테더(USDT), 유에스디코인(USDC) 등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결제 카드 ‘레돗페이 카드’를 공식 출시했다.
‘레돗페이 카드’는 일종의 체크카드 형태로, 상품구매 대금 등을 결제시 카드로 결제하면 사용자가 충전한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한다.
특히 이 카드는 발급심사 등을 거쳐야 하는 신용카드가 아니기 때문에 실명확인(KYC)만 거치면 누구나 발급이 가능하다.
또 레돗페이측이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인 비자(Visa)와 제휴하면서 전 세계 제휴 가맹점이라면 어디서도 쓸 수 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당장 레돗페이 카드의 등장을 큰 위협으로 여기지는 않는 분위기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레돗페이의 결제 수수료율이 약 1%로, 기존 영세·중소가맹점이 적용받는 우대수수료보다 훨씬 높다”며 “게다가 소비자도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 실질적 매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실물카드를 발급하는 경우에는 100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점도 소비자의 부담으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산 속도 역시 당장은 한계로 지적된다.
레돗페이가 기존 비자 결제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가맹점 정산까지 2~3영업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서비스의 등장이 향후 카드시장 판도에 적지 않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코인으로 직접 거래하는 방식이 활성화될 경우, 카드사나 은행 등 중개기관을 대폭 줄여 가맹점 수수료 부담이 크게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 직접 거래 시 실시간 정산도 가능해 가맹점의 자금 회전율이 높아진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해외 결제 시 환전 비용 절감효과는 장점이다. 스테이블코인 거래는 결제 시점의 실시간 시장 환율이 적용돼, 환전 마진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 회장은 이에 대해 “스테이블코인 카드가 한국 지급결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비트코인 결제의 과도기를 지나 본격적으로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시작되는 시점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용카드, 간편결제, 스테이블코인 기반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며 “레돗페이의 등장은 스테이블코인 실사용 시대를 여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최장주 기자 cjj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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