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부채 문제 시장 선반영 주장
변동성 높은 시기에 나온 악재 반론도
미국 국가부채 문제 심각성 주목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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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권해석 기자]무디스가 미국의 과도한 국가부채를 이유로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로 내리면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변동성이 높아진 와중에 나온 악재여서 파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지만, 예견된 강등이니만큼 시장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가 미국 신용등급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무디스에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Fitch)가 미국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앞선 두 차례의 신용등급 조정 모두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했지만, 파장의 크기는 차이가 있었다.
지난 2011년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한 다음 거래일에 S&P500 지수는 무려 6.66%가 급락했지만, 지난 2023년 Fitch가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 조정한 직후에는 S&P500 지수가 1.38% 떨어지는 데 그쳤다.
시장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는 쪽에서는 자본시장이 S&P의 신용등급 조정 때보다는 피치의 조정 당시 경로를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무디스가 등급 강등의 이유로 제시한 미국 정부의 국가부채와 이자부담은 과거 신용등급 조정 과정에서 시장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대신증권은 “무디스의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이미 부정적인 등급 전망을 통해 금융시장에 예고된 측면이 강하고, 주요 신용평가기관들이 앞서 신용등급 강등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미국 국채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으로 시장금리가 큰 반응을 나타낼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무디스가 지난 2023년에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꾸면서 이번 등급 하향은 예상 가능했고, 이미 미국 국채금리도 오르고 있어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달 말 4.1% 수준에서 최근에는 4.4%까지 높아진 상태다.
반면, 미국의 ‘높은 정부부채’와 ‘이자지급비율’이 새로운 변수는 아니더라도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제리 해트필드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 어드바이저스 최고경영자는 로이터통신에 “시장이 매우 취약한 시기에 미국 신용등급 하락 소식이 나왔다”면서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 자체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2.7%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이런 가운데 무디스가 기업 감세와 관세 부과로 대표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정책이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셈이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대규모 재정 적자와 이자비용 증가 추세를 반전시킬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면서 “앞으로 몇십 년간 정부 수입은 변동이 없는 가운데 의무지출 증가로 인한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단기적인 시장 영향과 별개로 미국의 국가부채 문제의 심각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월요일(19일) 주식시장이 열렸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누가 알겠냐”면서도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내려간 것이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여전히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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