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말 전 대출수요, 세종 등 특정지역 쏠림 우려도
[대한경제=김현희 기자] 이번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 방안은 지방 지역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적용 유예에 이어 장기 고정금리 대출로 유도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금리인하 기조에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장기 고정금리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주기형 대출에 대한 수요를 늘려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지난해 하반기 신한은행이 10년 주기형 주담대를 선보였지만 변동금리 인하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금까지도 완판되지 못할 정도로 성적이 처참했다.
하지만 스트레스DSR 3단계 적용으로 장기 고정금리일수록 대출한도를 더 받을 수 있는 만큼 금리인하와 맞물려 주기형 대출 수요가 더 많아질 전망이다.
◇ 주기형 대출 반영비율 완화
금융위원회가 20일 발표한 스트레스DSR 3단계 시행방안은 주기형 대출에 대해 올해 초 고려됐던 반영비율보다 더 완화된 점이 특징이다. 금융위는 올해 가계대출 관리방안에서 스트레스DSR 3단계 반영비율에 대해 변동금리에 대해서는 100%, 주기형 대출에 대해서는 기존 30%에서 60% 정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시행방안에서는 5년 주기형 대출에 대해서는 40%만 반영했는데 실수요자들이 대출한도 문제로 입주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10년 주기형 상품에 대해서는 30%만 반영된다. 스트레스 금리 1.5%의 30%만 반영하기 때문에 실제 반영되는 금리는 0.45%에 불과하다. 5년 주기형 상품이라면 0.6%의 금리가 반영된다. 현재 5년 주기형 주담대 금리가 최저 연 3.6~3.7%인 만큼 4.2%대의 금리로 대출한도가 산출되는 것이다. 연봉 1억원의 직장인이라면 만기 30년 기준 연 4.2% 금리로 최대 6억9000만원의 주담대를 취급할 수 있다. 스트레스 금리가 반영되지 않은 연 3.6%의 금리로 계산하면 7억2000만원까지 주담대가 가능한데, 이보다 3000만원밖에 대출한도가 줄어들지 않는 셈이다.
금리인하 기조가 가속화되면 대출금리 자체가 하락하기 때문에 스트레스DSR 3단계 적용이 주택 매매를 제한하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다. 변동금리라면 1.5%의 스트레스 금리를 모두 반영하기 때문에 주기형 대출보다 대출한도가 많이 줄어든다. 30년 만기 변동금리 연 3.6%의 주담대라면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한 5.1%로, 대출한도가 6억1000만원에 불과하다.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지 않은 7억2000만원보다 1억1000만원이나 줄어드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스트레스DSR 3단계를 통해 이같은 주기형 대출에 주력하는 것은 그만큼 장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 주담대의 고정금리 비중은 지난 3월 88.2%로 지난해 3월 91.8%보다 3.6%p 감소했다. 변동금리 주담대는 11.8%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조만간 장기 고정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했던 적격대출 구조를 민간은행들도 취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주금공 보증의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발행으로 10년 주기형 주담대가 출시되기도 했다. 스트레스DSR 3단계로 장기 주기형 상품일수록 반영비율이 적기 때문에 다시금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 3단계 유예, 세종 지역 부동산 들썩?
스트레스DSR 3단계는 지방 부동산에 대해 6개월 적용 유예토록 하면서 지방 부동산이 회복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다만 지방 부동산 중에서도 수도 이전 공약이 본격화될 조짐인 세종 지역만 쏠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세종 지역의 아파트는 절반 이상이 종전 거래가격 대비 높은 가격에 매매되고 있다. 부동산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기준 세종시의 상승거리 비중은 무려 52.7%로 전월보다 7.4%p 늘어났다. 지난 2023년 6월 53.2%를 기록한 이후 22개월 만에 최대치이며, 4월 시도별 상승거래 비중 중 서울을 제치고 가장 높은 수치다.
세종시는 그동안 가격 부담과 공급 물량 등으로 거래가 위축되며 가격조정이 이어져왔는데 최근 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이전방안 등이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다른 지방 부동산은 여전히 침체된 상황이지만 세종시는 다시금 정부 부처 이동 등에 따른 배후주거지로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쏠린다는 것이다. 여기에 스트레스DSR 3단계까지 유예되는 만큼 대출 한도도 여유있다는 점에서 매매수요가 쏠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 소장은 "세종 지역에 대한 매수 쏠림이 본격화될 수 있지만 대통령 선거 이후 하반기 부동산 정책 등으로 투기과열지역 지정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며 "세종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 지역은 이번 스트레스DSR 3단계 유예로 인한 긍정적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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