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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최근 미국이 한국과의 환율 협상 과정에서 원화 절상을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공식적으로 환율 조정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암묵적인 압력을 통해 원·달러 환율이 최소 1360원대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77.0원에 출발해 주간 거래 종가(15시30분 기준) 기준 전 거래일보다 5.9원 내린 1381.3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5일(1378.6원) 이후 약 반년 만에 최저 수치로 전날 야간 거래에서는 1368.9원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이는 한미 환율 협상 가운데 미국이 원화 절상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온 영향이다. 기획재정부는 21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 환율 협의가 진행 중이나 정해진 것은 없다”며 구체적인 논의 내용이 없다고 해명에 나섰다.
다만 전문가들은 향후 환율이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의 주요 변수는 미국 달러 자산의 하락세와 한미 간 환율 정책 협상”이라며 “상황이 크게 바뀔 것 같지 않아 단기적으로 더 내릴 수 있고 하단은 1360원까지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환율 하락은 계속되지만 속도는 조절될 여지가 있다”며 “4분기 평균 1300원 중반을 웃도는 수준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불안 등 국내 요인이 완화되고 있고 펀더멘털과의 괴리가 줄어들고 있다”면서도 “한미 금리차가 여전히 큰 만큼 환율 하락 속도가 제한될 수 있다”고 짚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분간 환율이 행보하다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1차적으로는 133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고 한미 경제 사정이 안정된다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시장에서는 내달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한국이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가는 가는 만큼 미국이 원화 강세를 요구하며 국내 외환시장에 압력을 가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 교수는 “작년 경상수지 흑자가 990억달러, 대미 무역 흑자만 660억달러였던 만큼 적정 환율 수준을 논의한다면 1200원 중반대까지도 거론될 수 있다”며 “현재 관세는 인하하고 환율은 내리는 협상이 이뤄지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한편, 앞서 21일(현지시간) 진행된 미·일 협상에서도 미국이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엔화 절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미 재무부는 “환율은 시장이 정해야 하며 엔·달러 환율은 펀더멘털을 반영한다는 공유된 믿음을 재확인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식 성명과 별개로 암묵적 합의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조 연구원은 “공식적으로는 시장 자율에 맡기자는 원론적인 얘기를 하지만 뒤에서는 압력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중국처럼 환율 제도가 다른 나라를 제외하면 한국이나 일본 등은 자율 변동 환율제라 강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플라자합의 시절에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관리 변동제였기에 인위적인 개입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개별 기업이나 개인들이 환율 결정에 참여하는 구조라 당시와 같은 방식은 통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환율이 과도하게 하락하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 교수는 “환율이 내려가면 수출이 어려워져 성장이 둔화되고 이를 막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시 부동산이 붕괴해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흐름은 일본의 장기 경기 침체와 유사해 환율이 과도하게 내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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