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신용카드학회 춘계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김봉정 기자. |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애플페이 도입이 카드사 실적 개선에 유의미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말기 교체 등 초기 인프라 비용이 큰 데다 카드사가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23일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신용카드학회 춘계세미나’에서 “애플페이를 도입한 카드사는 추가적인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애플페이 도입으로 인해 카드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으로 △애플 측에 지급하는 수수료 △추가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 설치 비용 등을 꼽았다.
실제로 올해 4월 기준 국내에 설치된 NFC 단말기는 총 53만3471개로, 전체 가맹점 약 400만개 중 10% 수준에 그친다.
NFC 단말기 한 대당 교체 비용은 평균 20만원으로, 소상공인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다.
이를 기준으로 남은 300만 가맹점에 단말기를 설치한다고 가정하면 약 6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김 교수는 “단말기 보급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지만, 이는 카드사와 가맹점의 부담은 물론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페이의 확산은 삼성페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 교수는 “삼성페이의 국내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게 돼 삼성페이도 수수료율 도입을 검토 중”이라며 “연간 결제 규모가 약 73조원에 달하는 삼성페이가 애플과 유사한 수준의 수수료를 도입할 경우, 카드사 실적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일본과 미국처럼 수수료율이 0.15% 수준으로 적용될 경우, 국내 카드사들이 감당해야 할 연간 수수료 부담이 최대 1337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애플페이가 차지하는 수수료는 약 341억원, 삼성페이는 약 997억원으로 추정됐다.
애플페이 도입에 따른 ‘비용 전가’ 문제도 지적됐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이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소비자 편의를 명분으로 결제 수단을 도입했다 하더라도, 카드사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해외보다 카드 이용률이 높기 때문에 기업이 따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애플페이 도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애플페이를 도입한 카드사의 재무제표를 보면 도입 이후 이용 실적은 증가했지만, 단기순이익은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교수가 유일하게 애플페이를 도입한 현대카드의 실적을 회귀분석한 결과, 개인카드 이용액은 약 1조5000억원, 법인카드 이용액은 약 900억원 증가했다.
통계적으로는 유의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현재 카드 수수료율은 0%에 가까운 수준까지 낮아진 상태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개정될 때마다 인하된 결과다.
이에 카드사들은 수익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으며,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결제에 적용되던 각종 프로모션도 축소되고 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