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공동 협약 ‘무효’ 주장하며 가처분 검토
시 “협의는 충분했다”…대법 판례 들고 반박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시와 마포구가 쓰레기 소각장을 두고 다시 맞붙었다. 서울시가 마포구를 제외한 채 인근 자치구들과 마포자원회수시설(소각장) 공동이용 협약 내용을 변경했고, 마포구는 “명백한 불법적 행동”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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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 마포구청장이 마포자원회수시설 앞에서 쓰레기 소각장 추가 계획 철회를 요청하며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마포구 제공 |
27일 서울시와 마포구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6일 중구, 용산구, 종로구, 서대문구 등 4개 자치구와 마포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 협약을 변경해 체결했다. 2005년 시작된 기존 협약은 5월31일 종료 예정인데 종료 시점을 ‘시설 폐쇄 시까지’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정작 소각장이 있는 마포구와 마포주민지원협의체는 이 협약에 이름도 없고, 도장도 찍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강수 구청장은 “집주인을 빼고 세입자끼리 계약을 체결한 셈”이라며 “정당한 절차 없는 협약은 명백히 무효”라고 날을 세웠다.
서울시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세차례 마포구와 협의를 시도했으며, 협약 체결 전 회의에도 초청했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협의는 자문일 뿐, 동의는 필수가 아니다”며 “조례와 대법원 판례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근거로 든 건 ‘서울특별시 폐기물 관리 조례’ 제2조 제2항과 2000년 대법원 판례(996두653)다.
그러나 마포구는 서울시가 주장하는 협의가 사실상 ‘일방적 통보’에 가까웠다고 지적했다. 박 구청장은 “서울시는 정당성 없는 협약을 무효화하고 재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구청장은 “서울시가 광역회수시설 이용의 대가로 마포구에 200억원의 발전기금을 제공했다는데 200억원이 그렇게 중요하면 우리 구가 그 돈을 되돌려줄테니 소각장을 다른 지역으로 옮겨라”라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의 삶의 질과 건강권은 돈으로 거래될 수 없는 본질적인 권리”라고 강조했다.
시는 기금은 법적 근거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며, 소각장은 도심 쓰레기 처리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다른 자치구들은 이미 비용을 분담하며 마포 소각장을 이용하고 있다”며 “협약이 무산되면 도심 쓰레기 처리에 큰 혼란이 생긴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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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지난 2023년 9월 마포자원회수시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쓰레기 소각장 신설 최종 결정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 : 마포구제공 |
양측의 갈등은 이미 지난 협상 과정에서 예고된 바 있다. 마포구는 협약 변경 전 △1년 단위 계약 전환 △연간 10% 소각량 감축 △생활폐기물 반입 수수료 인상 △종량제 봉투 가격 조정 △운영위원회에 마포 주민 과반 구성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구에 따르면 시는 당시 “1인 가구 증가와 배달문화 확산으로 쓰레기 발생량이 늘고 있다”며 소각장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마포자원회수시설은 하루 750t의 쓰레기를 태우는 서울의 대표적 광역시설이다. 그간 구는 이 시설 외에도 당인리화력발전소, 난지도 매립지, 상암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석유비축기지 등 각종 기피시설이 밀집돼 있다며 “더는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구는 협약 기간이 만료되는 31일까지 시와 의견을 좁히지 못하면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결정고시 처분취소 청구소송’에 이어 협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소각장은 협약대로 운영을 종료해야 한다.
지난 2022년 서울시가 상암동에 하루 1000t 규모의 신규 소각장을 짓겠다고 밝히면서 서울시와 마포구의 법적 갈등은 시작됐다. 구는 당시 3만8000명의 반대 서명을 모아 시에 제출했고,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월 1심에서 마포구가 승소했지만, 시는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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