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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민주노동당 권영국·국민의힘 김문수·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지난 대선에서 불거졌던 ‘성평등’ㆍ‘성인지’ 이슈가 이번 선거에서도 막판에 재부상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지난 27일 후보자 TV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과거 친형의 아내와 통화하며 내뱉은 여성비하적 발언을 공개하며 이재명 후보의 ‘성인지 감수성’ 결여를 비판했다. 또한, 이재명 후보의 장남을 겨냥해 과거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적 묘사를 인용해 질문했다.
그러나 토론회 이후 이를 생중계 방송에서 언급한 이준석 후보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사퇴를 요구했고 모욕죄 고발이 이어지는 등 이준석 후보가 역풍을 맞는 모양새다.
앞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유세 과정에서 배현진 당 의원을 ‘미스 가락시장’이라고 표현했다가 논란이 되자 사과한 바 있다.
정치권이 성인지ㆍ성평등 관련 이슈에 주시하는 이유는 이것이 젊은 유권자들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2030층은 한국 현대사에서 처음으로 성별에 따라 ‘이념’ 성향이 갈리는 세대로 여겨진다. 남성은 보수적, 여성은 진보적 성향이 짙은 것으로 구분된다.
실제로 2022년 대선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이하 남성의 지지율은 이재명 36.3%ㆍ윤석열 58.7%였던 반면, 여성은 이재명 58.0%ㆍ윤석열 33.8%로 정반대되는 결과가 나왔다. 30대 또한 20대보다 격차가 좁긴 했지만 △남성 이재명 42.6%ㆍ윤석열 52.8% △여성 이재명 49.7%ㆍ윤석열 43.8%로 표심이 갈렸다.
40대(△남성 이재명 61.0%ㆍ윤석열 35.2% △여성 이재명 60.0%ㆍ윤석열 35.6%)나 60대 이상(△남성 이재명 30.2%ㆍ윤석열 67.4% △여성 이재명 31.3%ㆍ윤석열 66.8%)과는 확연히 다른 결과다.
이런 가운데 정치인들이 ‘갈라치기’ 비판에도 이를 반복해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걸었으며, 당시 당대표였던 이준석 후보 또한 ‘남성 역차별’ 등을 부각하며 젊은 남성층 표심 결집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선 전 막바지에는 젊은 여성층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게 드러났다. 특히 공표 금지 전 마지막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39.9% 대 34.1%’(넥스트리서치-SBSㆍMBN, 3월 1∼2일 실시)로 비교적 여유 있게 우세했던 윤석열 후보가 8일 본선거에선 불과 0.73%포인트(24만7077표)차로 이재명 후보에게 신승을 거두게 된 결정적 배경으로 지목됐다.
이재명 후보가 선거전 중반까지 ‘페미니즘’ 등 성평등 이슈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종반전에 이르러 ‘N번방 사건’을 폭로한 20대 여성 박지현 선대위원장을 전격 영입하며 젊은 여성 표심을 끌어 맹추격에 나설 수 있었다는 평이다.
이 때문에 선거일이 며칠 뒤였다면 혹은 이 후보가 박 위원장을 좀 더 일찍 영입하고 ‘여성 친화적’ 행보를 펼쳤다면 승패가 뒤집어질 수도 있었다는 ‘반성’이 민주ㆍ진보 진영에서 나오기도 했다.
비상계엄ㆍ탄핵 사태로 열린 이번 대선은 윤 전 대통령 지지세가 강했던 젊은 남성층의 목소리가 크지 않은 분위기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여성 세결집 향방 또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막판 성평등ㆍ성인지 이슈가 불거질 경우 표심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외신의 ‘관전평’도 눈길을 끈다. 뉴욕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한국의) 많은 젊은 남성들은 스스로를 역차별의 피해자로 여기며 정부내 페미니즘 의제에 분노한다”며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정서를 활용해 2022년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소개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도 “(남성들의) 반페미니즘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삼가해 왔다”면서 “여성 안전과 관련한 공약은 내놨지만, 여성단체에서 말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비동의강간죄 도입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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