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우린 집주인, 넌 방주인”…소각장 놓고 서울시-마포구 2차 전면전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5-05-30 17:45:29   폰트크기 변경      
마포 “무효”, 서울시 “절차 문제 없다”

“200억 돌려줄 테니 가져가라”

“반입 못 하면 年189억원 비용 발생”

때아닌 소유권ㆍ자치권 논쟁도



박강수 마포구청장과 주민 대표 20여 명이 5일 서울시의 마포 추가 소각장 건립 계획에 반대하는 3만8천여 명의 주민서명부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고등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 : 연합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시와 마포구가 마포자원회수시설(소각장) 공동이용 협약을 두고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맞서고 있다. 협약 체결에서 통계 해석까지 갈등의 폭은 넓어지고 양측 모두 보도자료와 해명자료, 브리핑을 하루 간격으로 오가며 갈등의 수위를 키우는 모양새다.

30일 서울시는 시청에서 약식 브리핑을 열고 “마포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 변경 협약과 관련해 절차적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협약에는 오는 31일 종료 예정이던 기존 조항을 삭제하고, 사용 기한을 ‘시설 폐쇄 시까지’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겼다. 

시는 형평성을 또 다른 논거로 내세웠다. 마포를 제외한 서울 내 3개 자원회수시설(양천ㆍ노원ㆍ강남)은 이미 ‘시설 폐쇄 시까지’라는 조건으로 공동 이용이 규정돼 있어, 마포 시설만 협약 기간이 짧을 경우 자치구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시에 따르면, 비입지 자치구 4곳(종로ㆍ용산ㆍ서대문ㆍ중구)이 현재 마포자원회수시설을 이용하면서 부담하는 공공소각 비용은 연간 약 174억원에 불과하지만, 민간 소각장을 이용할 경우 363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189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는 게 서울시 주장이다. 시에 따르면, 이들 4개 자치구는 과거 시설 공동이용을 시작하면서 마포구에 각 42억~67억원의 일시금을 냈고, 현재도 반입 수수료의 20%를 마포구 발전기금으로 납부하고 있다.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 항공사진. / 사진 : 서울시 


그러나 마포구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구는 그간 24일 “동의 없었다”, 26일 “면담이었을 뿐 협의는 아니었다”, 27일 “동의 없는 협약은 무효”라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특히 박강수 구청장은 “서울시는 정당성 없는 협약을 즉시 무효화하고 공식적인 재협의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200억 돌려줄 테니 소각장을 가져가라”는 발언으로 논쟁의 온도를 끌어올렸다.

시는 이에 대해서도 법령과 판례를 앞세워 방어에 나섰다. 이날 권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대법원 판례(2000년 선고 99두653)는 ‘협의’는 자문을 구하는 절차이지,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2005년 조례 개정으로 기존 ‘합의’ 조항도 ‘협의’로 변경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4월 10일부터 총 5회에 걸쳐 협의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4차례 직접 방문했으며, 5월 13일 운영위원회 참석도 요청했지만 마포구는 ‘항소 취하’ 등 기존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불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포구는 “시 자원회수시설 추진단장 방문 시에는 자원순환 과장이 ‘협의가 아닌 면담’임을 밝혔으나, 시는 30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관계자 협의 진행’이었음 명시했다”라며 “시는 마포구의 의견을 무시한 협의 절차를 바탕으로, 관계자 협의 절차를 성실히 이행 완료하였다고 해명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집주인 없이 세입자끼리 계약했다’는 마포구의 주장에 대해서도 시는 “시설 소유권은 서울시에 있으며, 마포구는 단지 입지 자치구일 뿐”이라며 재반박했다. 이날 권 본부장은 “마포자원회수시설은 집 안에 방이 다섯 개인 형태이고, 자치구들이 그 방을 나눠 쓰는 구조”라며 ‘서울시가 집주인이고, 마포구는 방 하나를 쓰는 세입자’라고 설명했다.

‘폐쇄 시까지’라는 문구 해석을 둘러싼 시각차도 크다. 구는 “무기한 연장을 의미하며, 상황에 따라 서울시가 운영을 이어갈 수 있는 명분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시는 “신규 광역시설이 건립되면 기존 마포 시설은 2035년까지 폐쇄될 예정이며, 이는 이미 공표한 계획”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규 시설은 기존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 인근 상암동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며, 시는 지난해 8월 이를 공식 발표했다.

생활폐기물 통계 역시 충돌했다. 이날 시는 “2023년 대비 2024년 마포구의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8.5% 증가했고, 재활용률은 3.6% 감소했다”며 마포구의 감량 노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마포구는 “서울시가 주장한 증가 수치는 사실과 다르다”며 시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구에 따르면 시는 2024년 통계를 산정하면서 ‘소각장 반입불가 폐기물’ 6400t을 생활폐기물 발생량에 포함시켜 수치를 왜곡했다. 구는 “2023년에는 소각장 반입량과 매립지 반입량만 합산한 반면, 2024년에는 반입불가 폐기물까지 더해 비교했다”며 “이는 악의적인 수치 부풀리기”라고 비판했다.



마포구생활폐기물 반입량. / 자료 : 마포구 제공  


구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 생활폐기물 반입량은 2023년 5만661t에서 2024년 4만8587t으로 2074t 감소(-4.01%)했으며, 소각장 반입량은 85t 줄고, 매립지 반입량은 1989t 줄었다.

한편, 양측의 갈등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포구는 지난해 협약 개정 전부터 △1년 단위 계약 전환 △연간 10% 소각량 감축 △생활폐기물 반입 수수료 인상 △종량제 봉투 가격 조정 △운영위원회에 주민 과반 구성 등을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대부분 수용하지 않았다.

구는 협약 기간이 만료되는 31일까지 시와 의견을 좁히지 못하면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결정고시 처분취소 청구소송’에 이어 협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소각장은 협약대로 운영을 종료해야 한다.

갈등은 단순한 정책 해석의 차원을 넘어, 도시 권한 구조와 운영 책임의 경계를 둘러싼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마포구는 입지 자치구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고, 서울시는 소유ㆍ운영 주체로서의 권한을 내세운다. 

구 관계자는 “서울시는 광역자치단체로서 우월한 지위와 예산, 행정력 등을 바탕으로, 기초자치단체인 마포구를 상대로 신규 소각장 추가 설치에 대한 일방적인 계획을 발표했다”라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형평성과 평등의 원칙에 명백히 어긋나는 행위”라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정치사회부
박호수 기자
lake806@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