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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선 방화’ 피해 3억… 시민이 참사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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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01 16:10:10   폰트크기 변경      

‘기름통 들고 탑승’ 방화범 체포
“이혼소송 불만” 구속영장 청구
기관사ㆍ승객들이 소화기로 진화
전동차 불연재가 피해 최소화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로 3억여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관사와 승객들의 신속하고 차분한 대응, 불연ㆍ난연 소재와 비상탈출시스템 강화 등 화재 대응 노력이 피해를 최소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마포역 사이 지하철에서 방화 추정 화재가 발생해 승객들이 대피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일 서울종합방재센터 일일 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화재로 지하철 1량이 일부 소실됐고, 2량에서 그을음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재산 피해를 3억3000만원으로 추산했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방화범인 60대 남성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나 구상권 청구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전날 오전 8시43분쯤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마포역 사이 터널 구간을 달리던 열차 4번째 칸에서는 A씨의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목격자 등에 따르면 약 2ℓ가량의 기름통을 들고 지하철에 탑승한 A씨는 바닥에 액체를 뿌린 뒤 라이터형 토치로 옷가지 등에 불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 안은 삽시간에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찼고, 승객 400여명은 터널을 통해 대피했다. 이 과정에서 A씨 등 모두 23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고, 129명이 현장 처지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방화 이후 도주했던 A씨는 여의나루역 근처에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혼소송 결과에 불만이 있어 지하철에 불을 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에 나섰다.

특히 이번 사고는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친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와 범행 수법이 비슷했지만, 별다른 인명 피해 없이 수습돼 주목받고 있다.

우선 기관사와 승객들이 안전 수칙에 맞춰 신속하고 차분하게 대응한 점이 대형 참사를 막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불이 나자 놀란 승객들은 다른 칸으로 달려 이동하는 한편 비상통화장치로 기관사에게 상황을 알리고 객실 의자 하단에 있는 비상개폐장치를 이용해 열차 문을 열고 대피했다. 열차가 멈추자 일부 승객들과 기관사는 벽면에 비치된 소화기를 꺼내 화재를 진압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현장 브리핑에서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기관사와 승객이 소화기로 자체 진화해 진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진화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반면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에는 화재 보고가 초기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관사가 마스콘 키를 뽑고 탈출해 전동차의 문이 닫히면서 승객들이 탈출하지 못해 피해 규모를 키웠다.

전동차 내부 소재를 불연성ㆍ난연성 소재로 바꾸고 비상탈출 시스템을 강화한 부분도 주효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전동차는 불이 난 뒤 2∼3분 만에 화마에 휩싸였는데, 불에 타기 쉬운 우레탄폼과 폴리우레탄 등 가연성 소재가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2003년 9월부터 단계적으로 전동차 골격과 바닥재, 객실 의자 등을 불에 타지 않는 스테인리스 등으로 교체했다. 제연경계벽과 스프링클러, 터널 대피로 안내도 등도 역내에 설치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모방범죄 등을 막기 위해 오는 3일까지 공사가 관할하는 전 역사와 열차를 대상으로 경찰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특별 경계근무를 강화할 계획이다.

다만 지하철 사고 방지 시스템에 아직 허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 화재 당시 상황이 담긴 열차 내 보안카메라는 관제센터로 실시간 전송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역무실이나 도시철도 상황실 등에서는 열차 내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없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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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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