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돌발 정책을 내놨다.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의 품목관세를 50%로 올려 오는 4일부터 시행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로 누구도 우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12일 25% 품목관세를 부과한 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무려 100% 인상한 것으로 대미 철강 수출 4위(9%, 29억달러)인 우리로선 회복하기 어려운 결정타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철강 수출은 이미 크게 꺾였다. 올 1~4월 대미 수출은 작년 동기대비 10.2%나 감소했다. 연간으로도 한국은행은 25% 관세를 전제로 철강 수출 물량이 1.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50% 관세 적용시엔 수출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25% 관세 면제’를 주장했던 우리로선 철강산업의 존립을 좌우할 절체절명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처는 연방법원의 상호관세 무효화 및 번복 판결에 따른 반작용으로 평가한다. 사법부가 제동을 걸더라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신의 의지대로 관세 부과를 관철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그렇더라도 실제 실행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관세폭탄, 번복, 유예 등을 반복해온 데다 강행될 경우 미국 내 철강 가격인상, 수요 위축, 판매 감소가 불보듯 하기 때문이다.
대미 관세협상에 나설 새 정부는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EU의 강경 모드, 호주의 협상전략을 확인한 후 대응해도 늦지 않다. 미국 내 철강 수요산업의 반발을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견뎌낼지도 관건이다. 한켠에선 경쟁력 강화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와 경쟁 관계인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는 만큼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공동 투자한 미국 루이지애나 일관제철소 투자 및 현지생산을 최대한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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