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5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J. Waller) 미 연준 이사(오른쪽)가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스테이블코인을 “비은행 기관이 제공할 수 있는 하나의 결제 도구”라고 정의했다. 반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자본통제 우회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보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월러 이사는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5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이 총재와 대담하며 “기존 은행 중심의 결제 시스템과는 다른 경쟁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은행은 신용을 제공하고 결제를 처리해왔지만, 현재는 다양한 비은행 기관들이 결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은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나타난 결제 도구”라고 설명했다.

은행이 모든 결제를 독점하던 과거와 달리, 민간이 직접 결제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경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월러 이사는 “미국은 결제 수수료가 높은 편이며, 특히 중소기업이 해외 송금 시 비용이 크다”며 “민간이 이러한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결제에만 집중하는 민간 사업자라면 신용공급 등 전통 은행과는 다른 성격을 가지므로 보다 비침범적인 규제가 가능하다”며 “신용을 연장하지 않는 결제 전용 업체에 대해서는 별도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한국은 미국과 달리 자본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비은행권이 결제 시장에 진입하기 전에 자본통제 우회 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을 은행에만 허용할 것인지, 비은행에도 열어줄 것인지는 금융 안정성 차원에서 다각도로 고려해야 한다”며 “한국은 미국보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비슷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CBDC에 대해서는 월러 이사가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CBDC는 선호하지 않으며 미국 내 지급결제 시스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전했다.

월러 이사는 “전 세계적으로 CBDC 논의 속도가 다소 늦춰지고 있다고 본다”며 “ECB(유럽중앙은행)를 제외하면 최근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이 논의를 적극적으로 지속하지 않아 주춤한 분위기”라고 짚었다.

월러 이사는 아고라 프로젝트에 대해선 “목적은 국제 지불결제 비용을 줄이는 것이고, 이를 위해 금융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것”이라며 “현재 글로벌 지급결제가 비싸고 느린 건 계속해서 마찰 지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현재는 인디애나에 있는 은행에서 해외로 송금하려면, 미국의 중개기관을 거쳐 상대국의 거래은행으로 자금이 전달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KYC(고객확인)와 자금세탁방지 절차 등을 거치면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월러 이사는 “아고라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은행들이 하나의 공통된 플랫폼에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며 “새로운 지급결제나 은행을 없애자는 것이 아닌 공통된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버처럼 전 세계 어디서든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현하면, 더 빠르고 효율적인 결제가 가능할 것”이라며 “지금 개발이 진행 중이며 일종의 프로토타입이 곧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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