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준 위반 사업장 PF 인수 판결도 악재
작년 말 기준 책준형 사업장 239곳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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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권해석 기자]올해 1분기 기준으로 부동산 신탁사가 개발사업에 쓴 자체자금인 중 회수하지 못할 것에 대비해 미리 손실로 반영한 금액이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이 최근 책임준공 의무를 지키지 못한 부동산 신탁사가 대주단에게 PF(프로젝트파이낸싱) 원리금을 전액 배상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신탁사의 추가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14개 부동산신탁사의 신탁계정대는 7조8548억원이다. 1년 전(5조3861억원)과 비교해 45.8%가 증가했다. 작년 말(7조7016억원)보다는 약 2% 가량 늘어났다.
신탁계정대는 신탁사가 고유계정에서 신탁계정으로 빌려 준 자금을 뜻한다. 신탁계정대가 증가했다는 것은 개발사업에 투입된 신탁사 자체 자금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문제는 신탁계정대 대손충당금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신탁계정대 대손충당금은 1조9797억원이다. 작년 1분기(1조196억원)보다 94.1% 가량 규모가 커졌다. 신탁계정대 가운데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금액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법원이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책준형 신탁)에서 책임 준공 기한을 어긴 신탁사가 PF 자금을 인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면서 신탁업계가 추가 손실을 반영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경기 평택 물류센터 건설사업의 PF 대주단으로 참여한 새마을금고 등이 신한자산신탁을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신한자산산탁은 책준 미이행에 따른 PF(프로젝트파이낸싱) 원리금 256억원을 대주단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책준형 신탁 상품을 대주단에 대한 채무보증 상품으로 본 만큼 책준 기한이 지난 사업장을 대상으로 충당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책임 준공이 지났더라도 준공된 건물이 있는 만큼 신탁사가 PF 대출잔액 전부를 손실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 다만, 건물의 처분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신탁사의 손실 부담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책임준공확약 불이행 관련 소송 1심 패소가 부동산신탁사에 미칠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책준 미이행 사업장의 상당수가 비아파트나 물류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현재 수준의 부동산경기가 지속되면 신탁사의 대손부담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진행 중인 책준형 신탁 사업이 많다는 점도 신탁업계에는 부담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으로 책준형 신탁 사업장은 239곳에 달한다.
책임 준공 기간이 지난 사업장의 PF 대출잔액도 상당한 수준이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책임 준공 미이행 사업장의 PF잔액이 9849억원이며, 신한자산신탁과 교보자산신탁도 각각 3525억원과 3605억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책준형 신탁사업 계약서에는 PF 원리금을 상환한다는 문구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법원 판결로 책준형 신탁에 대한 원칙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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