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종호 기자]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에 따라 국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일제히 하락했다. 문제는 올해 기준 금리가 더 내려갈 것으로 보여 일부 보험사는 자본확충이 불가피해졌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올해 1분기 K-ICS 비율이 작년 말보다 하락한 가운데 MG손해보험(-18.22%)와 롯데손보, 푸본현대생명, 동양생명 등이 당국 권고치인 150%를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롯데손보는 작년 말 154.59%에서 119.93%로 34.66%포인트(p), 동양생명은 같은 기간 155.5%에서 127.2%로 28.3%p 하락했다. 푸본현대생명도 이 기간 157%에서 146%로 11%p 낮아졌다.
K-ICS 비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돌려줄 수 있는 능력치를 수치화한 것으로 보험사의 자기자본(가용자본)을 분자, 생명·장기·시장·금리·신용·운영 등 각 위험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보험사의 자본감소 규모를 추정한 값(요구자본)을 분모로 해 산출한다.
금리 하락하면 보험사가 보유한 국공채 등 자산의 평가액을 상승시키지만, 보험부채 평가액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한다. 쉽게 말해 보험사가 버는 돈과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 중 돌려줘야 하는 돈이 더 크게 계산되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생명보험사 22곳 중 16곳, 손해보험사 11곳 중 10곳의 K-ICS 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기준금리가 0.5%포인트 하락하면 생명보험사의 K-ICS 비율은 평균 14%포인트, 손해보험사는 약 11%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올해 기준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6인 중 4인은 “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며 3개월 내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보험사는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급한 불을 끄고 있다. 보험사들은 1분기 4조7000억원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한 데 이어 최근에도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 등에 나서면서 K-ICS 비율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10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하고 조달 자금 전액을 K-ICS 비율 제고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신한라이프도 올해 8월 3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을 위한 후순위채 모집에서 1조20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금리 하락기에는 보험사의 자산부채관리(ALM) 전략 중요성이 커졌다”며 “국내외 장기채 매수, 국채선도 등의 파생상품 활용을 통한 자산 듀레이션 확대 전략이 펼쳐지고 공동재보험 활용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호 기자 2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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