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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실용주의 교육, 실업계 전문고 육성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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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04 16:22:03   폰트크기 변경      

최근 글로벌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실력주의를 중시하는 채용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유명한 미국의 상장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Palantir Technologies)는 “실력주의가 없는 대학에 다니느라 빚을 지지 말고, 팔란티어 학위에 도전하라”는 슬로건 아래, 고등학교 졸업자를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학위’란 전통적인 대학 학위가 아니라, 이 기업의 인턴십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실무 능력을 의미한다.

이와 유사하게, 테슬라는 기술 및 엔지니어 분야에서 아예 이력서에 출신학교를 기입하는 항목을 없앴으며, 구글 역시 자체 ‘부트캠프(Bootcamp)’를 통해 실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있다. IBM, 애플, 맥킨지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 또한 학벌 중심이 아닌 실력 중심의 인재 채용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는 이론 중심의 대학 교육만으로는 급변하는 첨단 기술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대학의 학문적 커리큘럼보다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호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실무 중심의 교육을 제공하는 실업계 전문 고등학교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이론 중심의 대학에서는 최신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에, 철저한 실무 교육을 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앞서, 우리나라에서도 특성화 교육에 힘쓰는 고등학교들이 존재해 왔다. 과거에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대학 대신 특성화고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학생 스스로가 관심 분야를 조기에 발견하고, 기업 역시 인재를 조기에 발굴·채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서울 도심, 중구에 위치한 성동공업고등학교는 우리나라 실업계 고등학교의 성공적인 모델로 꼽힌다. 88년의 유구한 전통을 지닌 성동공고는 서울시 유일의 소방학과 특성화 학교로, 봄철마다 반복되는 산불과 각종 화재로 고통 받는 국민들을 위해 전문 소방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이는 국가적 과제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난 4월, 서울시교육청과 중구청, 성동공고 동문회는 협력하여 재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개관하였다. 이는 김삼현 교장이 지방 학생들을 위해 구상한 아이디어였고, 이에 동문회(회장 유희식)가 모교에 대한 애정을 담아 건립비용을 후원하였으며, 지방자치단체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한 리더의 비전과 공동체의 연대가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지난 5월, 화재 피해 국민을 돕기 위해 학생들이 정성껏 모은 성금을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하는 등, 높은 시민의식과 인성교육의 성과도 돋보였다.

정규 교육 외에도 학생들은 ‘만들어보자 동아리’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주제로 자율적인 동아리를 조직할 수 있다. 스포츠, 댄스 등 다양한 활동이 장려되며, 음악 밴드 동아리는 학교 행사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하며 학생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년 우수학생을 선발하여 일본 간사이 지역 오사카공업고등학교와의 국제 교류를 통해 일본 기업 탐방과 문화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이 해외 연수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세계 시민의식 함양, 진로 동기 부여, 직업관 정립 등 다방면에서 유익한 기회가 되고 있다.

성동공고에는 소방학과 외에도 패션주얼리디자인과, 도시건축디자인과, 전기과, 전자과, 스마트팩토리과 등이 있으며, 졸업 후 곧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실용 중심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대학 진학반, 공기업 취업반, 해군 특성화반 등 다양한 진로 선택이 가능하도록 학생의 적성과 역량에 맞춘 맞춤형 교육 과정도 병행 중이다.

한마디로 성동공업고등학교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실용주의 교육의 산실이라 할 수 있다. 대학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실업계 전문 고등학교를 통해 능력 중심의 젊은 인재를 육성하는 일은 대한민국 미래 발전의 튼튼한 초석이 될 것이다.

실제로 서구 선진국 대부분은 채용 시 ‘어느 대학을 나왔는가’보다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실업계 전문고의 육성과 지원은 시급하고도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 하겠다. 

신혜숙 칼럼니스트(화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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