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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올해의 전기차로 선정된 기아 EV4(오른쪽)와 2025 소비자가 뽑은 올해의 차로 뽑힌 현대차 아이오닉9. / 사진: 민경환 기자 |
[대한경제=민경환 기자] 한국의 전기차 전환은 높은 가격과 열악한 충전 인프라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가격 장벽 해소에는 소극적이고, 소진률이 낮았던 충전 인프라 예산만 크게 늘려 정책의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는 71만2000여대다.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약 2630만대) 대비 한국의 전기차 보급률은 약 2.5~2.7% 수준이다. 전세계 승용 전기차 비중은 21%다.
올해 환경부는 전기차 구매보조금 정책을 대폭 손질했다.
차량 가격 상한선이 5500만 원에서 5300만 원으로 하향됐고 최대 보조금도 중ㆍ대형 전기승용차는 580만원(전년 대비 -70만 원), 소형 이하는 530만원(전년 대비 -20만 원)으로 줄었다.
8500만 원 초과 고가 차량은 아예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졌다.
직접 보조금이 줄어든 배경에는 예산 제약, 시장 자생력 확보, 보급형 모델 중심의 지원 강화라는 명분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기차 가격이 여전히 높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더 높아졌다는 불만이 크다.
반면 충전 인프라 투자 예산은 전년 대비 43% 늘어난 6187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급속충전기와 스마트 완속충전기 설치 지원이 집중적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전기차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급속충전기의 지난해 설치 보조금 소진률은 37%에 그쳤다. 까다로운 사업자 선정 기준, 설치비 상승과 요금 통제 등으로 실제 집행률이 낮았다.
급속충전기는 완속에 비해 설치비가 비싸고, 보급률도 OECD 주요국 대비 크게 뒤처진다. 환경부가 시장 1위 사업자로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지만, 요금 규제와 수익성 악화로 민간 사업자들의 철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은 단가 인상과 안전ㆍ품질 강화, 미래 수요 선제 대응 등을 이유로 크게 늘었다.
충전 인프라 시장에서는 부족한 송배전망도 지적한다.
전기차 충전 플랫폼 ‘워터’를 운영하는 브라이트에너지 파트너스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률이 워낙 낮고 지방에는 급속 충전을 지원할 고속 배전망도 잘 안 갖춰져 있는 경우가 많다”며 “보급률과 전력 인프라가 좋은 지역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정부 가격 통제와 보조금 구조로 이뤄진 생태계에 참여하지 않는 업체도 있다.
유플러스아이티는 정부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자체 충전기 개발과 플랫폼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 속도를 높이려면 충전 인프라 투자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실제로 전기차를 살 수 있도록 가격 장벽을 낮추는 것이 우선”이라며 “환경부 지원 정책도 매년 단기적으로 바뀌는 구조에서 5개년 단위 등 장기적이고 예측 가능한 비전을 제시해야 기업들도 투자와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경환 기자 eru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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