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기자들과 만나 퇴임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 최장주 기자 |
금감원 역사상 최연소이자 첫 검찰 출신인 이 원장은 퇴임사를 통해 "다양한 금융 이슈를 대함에 있어 저의 경직된 태도, 원칙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부담과 불편을 느끼셨을 여러 유관기관, 금융회사나 기업의 관계자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원장의 임기는 연이은 금융 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취임 4개월 만에 터진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사태를 시작으로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대규모 전세사기, 태영건설 워크아웃, 위메프·티몬 사태, 홈플러스 회생신청 등 굵직한 현안들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 원장은 퇴임사에서 "2023년 말 이후에는 경기둔화가 심화했음에도 원화 약세와 고물가로 당국의 완화적 경제정책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이처럼 복합적 난관에도 우리는 관계기관과 협력을 통해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를 관리하고 현장 최전선에서 시스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복합적인 난관은 금감원 입장에서 본연의 역할에 더욱 집중하며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된 역설적 측면도 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후임자들에게 △금융개혁을 통한 성장동력과 생산성 확보 △디지털 전환 △공유와 협업 △업무의 방식·범위 확장 △시장 및 언론과의 적극적 소통 등 5가지 과제를 당부했다.
특히 "지금은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문제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하고 필요한 제도개선을 이루는 등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매우 중대한 시기"라며 지속적인 금융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장과의 소통에 대해서는 "금융이 심리라면, 금융감독은 메시지"라며 "명확한 메시지를 통해 시장의 기대와 신뢰를 관리하는 것이 감독의 핵심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각 기관이 업무 범위를 전통적인 영역으로 한정하고 과거의 방식만을 고집한다면, 우리 사회는 당면한 문제에 관해 적시의 정확한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며 금감원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퇴임 후 개인 계획에 대해 "당분간은 재충전을 하려고 한다"며 "기회가 된다면 금융전략연구원이나 해외 대학, 연구기관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변호사 자격을 활용해 법률 상담 등을 할 수도 있지만, 1년 정도는 재충전 기간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의 퇴임 이후 금감원은 이세훈 수석부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차관급인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인 만큼 정부 조직개편 방향이 정리된 후에야 후임 인사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장주 기자 cjj323@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