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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ETRI 컨퍼런스 2025’에서 권오욱 ETRI 지능정보연구본부장이 ‘멀티모달 에이전틱 AI 핵심기술’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이계풍 기자 |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에이젠틱 AI’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기업들의 업무 방식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질문에 답변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까지 완료하는 자율형 AI가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권오욱 ETRI 지능정보연구본부장은 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ETRI 컨퍼런스 2025’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실제 에이젠틱 AI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에이젠틱 AI를 2025년 가장 중요한 전략 기술 중 하나로 선정했으며, 2028년까지 기업 내 업무 결정의 15%가 에이젠틱 AI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2029년까지 고객 상담 업무의 80% 이상이 자동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간 기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은 올해 3월 세계 최초 에이젠틱 AI 서비스 ‘마누스(Manus)’를 출시했고, 구글도 지난달 개발자 회의에서 ‘프로젝트 아스트라(Project Astra)’를 통해 실시간 문제 해결 능력을 시연했다.
이 가운데 ETRI는 글로벌 빅테크들과 차별화된 기술 접근법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기존 에이젠틱 AI가 1000억개 이상의 거대 파라미터를 필요로 하는 반면, ETRI는 훨씬 적은 파라미터로도 비슷한 성능을 내는 효율적인 모델을 개발했다.
ETRI가 개발한 한국어 특화 모델 ‘이글(EAGLE)’은 13억~67억 파라미터로 구성됐다. 이는 오픈AI의 최신 AI 모델인 ‘GPT-4’와 비교해 약 270분의 1 수준이다.
권 본부장은 “이글은 훨씬 적은 자원으로 실용적 성능을 구현한 효율적인 AI 모델”이라면서 “특히 수학 추론 영역에서 영어와 한국어 성능 격차를 1% 미만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언어 자원 차이로 30-40% 성능 격차가 존재했지만, 기존 지식을 활용해 학습 효율을 높이는 ‘전이학습 기법’을 통해 이를 극복한 것이다.
ETRI는 이글 외에도 다양한 에이젠틱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사용자 수면 패턴을 학습해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는 ‘자율성장 수면상담 에이젠트’가 대표적이다. 이 시스템은 상담 결과를 지식으로 축적해 다음 상담에 활용하는 자가학습 능력을 갖췄다.
로봇 분야에서도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ETRI가 미국 위스콘신대와 공동 개발한 대화형 시각언어모델 ‘코라바(Ko-LLaVA)’는 한국어 환경에서 영상을 보고 대화하는 능력을 구현했다. 또한, 다중 사용자 환경에서 각 화자를 구분해 음성을 인식하는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인 F1 75.83 성능을 달성하며, 기존 기술 대비 성능을 25% 개선했다.
ETRI는 이들 기술을 통합한 체화형 자율성장 AI 프로젝트 ‘eEMBrain(ETRI+Embodied+Brain)’을 2030년까지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목표는 한 번도 학습하지 않은 미지 환경에서도 70% 이상의 성공률을 달성하는 것이다.
권 본부장은 “에이젠틱 AI는 이미 우리 생활에 직접 사용될 수 있는 단계에 왔다”며 “소형 모델 기반의 효율적 기술로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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