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인도 노이다 생산공장 방문한 구광모 LG 회장 /사진:연합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인도네시아를 찾아 배터리 사업 육성 의지를 재차 다졌다. LG그룹의 인도네시아 사업은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 원재료 분야에 집중돼 있다.

9일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에 있는 ‘HLI그린파워’를 찾아 전기차 배터리셀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전기차 캐즘(Chasmㆍ일시적 수요 정체) 돌파를 위한 파트너와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다.

HLI그린파워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인도네시아 첫 배터리셀 공장이다. 총 32만㎡ 부지에 전극공정, 조립공정, 활성화공정 등을 갖추고 있으며, 전기차 배터리 15만대분 이상인 연간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수 있다. 지난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배터리셀 양산을 시작했는데, 4개월 만에 수율이 96%를 넘는 성과를 거뒀다고 LG는 전했다.

구 회장은 전극공정과 조립공정 등 배터리셀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경쟁사와 비교해 LG만의 차별화된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HLI그린파워에 생산된 배터리셀에 ‘미래 모빌리티의 심장이 되길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LG그룹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의 사업 확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전기차 배터리 수요의 글로벌 변동성과 니켈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 역시 투자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LG는 인도네시아 내 배터리 제조 공장의 투자 규모 일부를 조정하거나, 공사 일정 자체를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고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철저하게 포스트 캐즘을 준비하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LG전자 찌비뚱 생산ㆍ연구개발(R&D)법인과 현지 가전 유통매장을 찾아 생산, R&D, 유통에 이르는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의 경쟁력도 점검했다. 

LG전자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서부에 위치한 찌비뚱에서 TV, 모니터, 사이니지 등을, 자카르타 북서쪽 땅그랑에서 냉장고, 에어컨 등을 생산하고 있다. 2023년에는 찌비뚱 공장 인근에 R&D법인을 신설하며 R&D, 생산, 판매로 이어지는 현지 완결형 체제를 구축하고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구 회장은 자카르타에 위치한 LG전자 판매법인에서 현지 경영진과 구성원을 만나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주요 국가의 고객, 유통, 경쟁 관점에서의 시장 변화 트렌드와 사업 현황을 청취하고, 국가별 사업의 운영 방향과 중장기 성장 달성을 위한 전략과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구 회장은 “현재의 격화되는 경쟁 상황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5년 뒤에는 어떤 준비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해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전략 마련에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유통매장 일렉트릭 시티도 방문해 LG전자 제품 판매 현황과 현지 특화제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살피고, 동남아 가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업체들의 시장 공략 현황도 점검했다.

구 회장이 지난 2월 세계 인구 규모 1위인 인도를 방문한 데 이어 이번에 인도네시아를 찾은 것은 잠재력이 크고 글로벌 지경학적 변화 속에 중요도가 높아지는 미래 잠재시장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1위, 세계 4위 규모인 인구 2억8000만명의 국가로,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매장량과 채굴량이 세계 1위여서 동남아 지역 전기차의 전략적 거점이다. 

LG는 1990년 LG전자가 인도네시아에 첫발을 내디딘 후 LG이노텍(2000년), LG CNS(2006년), LG에너지솔루션(2021년) 등이 진출, 현재 총 10개의 법인(생산공장 4개)을 운영하고 있다.

<구광모 (주)LG 대표의 배터리 관련행보>

- ‘22년 10월: 폴란드 브로츠와프 배터리 공장
- ‘22년 10월: 미국 오하이오 – LG-GM JV 얼티엄셀즈 제1공장
- ‘23년 4월: 청주 배터리 양극재 공장
- ‘24년 6월: 미국 테네시 – LG-GM JV 얼티엄셀즈 제2공장
- ‘25년 6월: 인도네시아 LG-현대차 JV HLI그린파워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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