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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또 계단이네”…서울시, 교통약자 위해 고지대에 ‘날개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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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09 15:42:48   폰트크기 변경      
걸어 오르던 길이 ‘타고’ 오르는 길로

중곡동, 신당동 등 엘리베이터 설치
낙산ㆍ남산도 ‘무장애 관광’ 시대
200억 투입, 2027년 준공 목표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설치될 수직 엘리베이터. /사진 : 서울시 제공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에서 언덕을 넘는 일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일상 속 고난’이다. 통학길 아이들은 숨이 가쁘고, 장을 본 어르신은 가파른 계단 앞에 멈칫한다. 바퀴를 탄 몸은 아예 넘을 수 없는 벽이 된다. 그러나 이제 이 같은 서울의 고지대가 조금씩 달라진다.

서울시는 고지대에 거주하는 어르신과 아이들, 휠체어 이용자 등 이른바 ‘이동약자’의 생활 경로에 수직 또는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이런 시설이 꼭 필요한 이유는 숫자에서도 확인된다. 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서울의 교통약자는 총 243만명으로 서울시민 4명 중 1명꼴이다. 이 중에서도 고령자가 160만명(60.8%)으로 가장 많고, 매년 약 4.1%씩 증가하는 추세다. 장애인 인구는 39만명(14.9%)에 이른다.

엘리베이터가 들어설 곳은 모두 5곳으로, △광진구 중곡동 △강서구 화곡동 △관악구 봉천동 △종로구 숭인동 △중구 신당동이다. 이르면 2026년 공사에 착수해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총사업비는 200억원이다.



낙산공원과 서울한양도성길을 잇는 엘리베이터. / 사진 : 서울시 제공 


사업지 선정은 세밀했다. 시는 지난 3월부터 타당성 조사에 착수해 현장평가와 주민 인터뷰, 수요 조사를 벌였고, 이후 25곳의 후보지를 놓고 선정위원회에서 5곳을 우선 대상으로 확정했다. 반대 민원이 큰 곳은 제외됐다.

중곡4동의 ‘무지개 계단’은 초ㆍ중학교 통학로다. 경사 37도의 계단은 등하교 시간마다 불안의 상징이었다. 시는 이곳에 수직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아이들의 통학길을 안전하게 바꾼다.

화곡동과 봉천동은 고지대 저층 주거지다. 화곡동에는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들어서 마을버스와 까치산역 간 이동을 돕고, 봉천동에는 시장과 연결되는 통로에 수직 엘리베이터와 데크길이 조성된다. ‘조망 명소’로의 변신도 기대된다.

종로구 숭인동에는 낙산공원과 서울한양도성길을 잇는 엘리베이터가 들어선다. 115m 길이에 30도가 넘는 계단 대신, 경사형 엘리베이터가 창신역에서 고지대 주거지까지 연결될 예정이다. 성북구와 종로구 주민은 물론, 관광객도 이 혜택을 함께 누린다.

마지막은 신당동이다. 청구동 마을마당 앞 113m 계단이 대상이다. 이곳은 단절됐던 남산자락숲길과 이어져, 도보로 15분이면 숲에 닿는 ‘남산 숲세권’이 열린다. 휠체어나 유모차를 끈 이들도 이제는 편히 산책길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엘리베이터를 놓기 어려운 지역도 있다. 시는 설치폭이 부족하거나 노후화된 계단 7곳을 정비해, 보폭을 맞춘 발판과 쉬어갈 수 있는 쉼터, 미끄럼 방지 시설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시는 하반기 중 기본계획과 투자심사 등을 마치고, 내년 착공에 돌입할 예정이다.


김창규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이동약자 보행 편의와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지속 발굴, 확대해 ‘어디에 살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서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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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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