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소각장 일방적 협약에 강력 반발
“법적 대응 불사”…교부금 삭감 의혹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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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마포자원회수시설 앞에서 진행된 광역자원회수시설 추가 설치 반대 및 마포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 협약 무효 기자회견. / 사진 : 마포구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시가 마포구를 제외한 채 마포자원회수시설 공동이용 협약을 개정한 데 대해 마포구가 “명백한 자치권 침해”라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마포구는 서울시의 일방적인 추진에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9일 마포자원회수시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소각장 운영의 무기한 연장과 신규 건립을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달 16일 종로·중구·용산·서대문 4개 자치구와 함께 기존 20년이었던 소각장 사용기한을 ‘시설 폐쇄 시까지’로 연장하는 협약을 체결했으나, 마포구는 협의 과정에서 배제됐다.
박 구청장은 “중대한 사안은 사전 목적과 방식, 주제를 정리하고 정식 협의해야 함에도, 서울시는 운영위원회 개최 사흘 전에 일정만 통보했고, 마포구가 불참한 회의에서 일방적으로 협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4월엔 주민지원협의체 위원들이 식사하던 자리에 갑자기 서울시 관계자가 찾아와 협약 이야기를 꺼냈고, 이후 이 자리를 ‘1차 협의’로 기록한 공문까지 보냈다”며 “밥 먹는 자리에 와서 얘기한 게 협의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사적인 식사 자리에서 협의가 이뤄졌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시 관계자는 “4월 10일부터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공문으로 협의를 공식 요청했고, 네 번이나 직접 마포구를 방문했다”며 “식사 자리 발언은 그 중 일부도 포함되지 않은 비공식적 상황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시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협의는 동의가 아닌 자문”이라는 입장이지만, 마포구는 협약의 법적 성격상 단순 자문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2009년 협약 당시에는 서울시, 마포구, 마포주민지원협의체, 4개 자치구가 모두 참여해 협약을 체결했으며, 이번 변경 협약에는 마포구와 주민단체가 빠져있다.
또한 구는 쓰레기 정책과 관련해 1년 단위 계약 전환, 소각량 연 10% 감축, 반입 수수료와 종량제 봉투 가격 현실화, 운영위원회 내 마포 주민 과반 구성 등 구체적인 대안을 서울시에 제시했지만 모두 수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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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강수 마포구청장. / 사진 : 마포구 제공 |
박 구청장은 “추가 소각장이 필요하다는 서울시의 논리를 직접 검증해보고자 새벽에 아파트 단지 쓰레기봉투를 파봉한 결과, 60% 이상이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공무원들과 함께 단독주택과 상가 지역도 조사한 결과 평균 65%가 재활용 가능 쓰레기였다”며 “재활용 분리배출만 제대로 이뤄져도 소각장을 늘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구는 서울시의 특별조정교부금 삭감도 문제 삼았다. 구에 따르면 마포구는 2022년 14위였던 교부금 순위가 2023년 23위, 2024년에는 22위로 하락했다. 박 구청장은 “소각장 문제 제기 이후 교부금이 줄어든 건 서울시가 권한을 이용해 압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는다”고 말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교부금은 해마다 재정 수요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특정 구를 겨냥해 삭감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소각장 논란은 2022년 8월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에 하루 1000t 규모의 신규 자원회수시설 입지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마포구민 1861명이 ‘입지결정 고시 무효’를 주장하며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마포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서울시는 즉시 항소했고, 현재까지 항소심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 구청장은 “항소를 취하해야 신규 소각장이 불가능해진다”며 “도리상 마땅한 조치”라고 말했다.
향후 대응에 대해서 그는 “협약 효력정지 가처분과 행정소송을 모두 검토 중”이라며 “법적으로 성상검사 권한도 있어, 부적절한 쓰레기 반입을 막는 등의 조치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서울시청 앞 기자회견, 주민 집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는 성상검사(쓰레기 구성물질 검사) 권한을 둘러싼 마포구의 주장에 대해서도 “현행 법령에 따라 성상검사에는 주민감시요원을 두도록 되어 있으며, 그 추천 권한은 ‘주민지원협의체’에 있다”며 “마포구가 성상검사 권한을 가진다는 주장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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