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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마트 좀 열자”…서울은 바꿨는데 정치권이 다시 막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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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10 15:08:05   폰트크기 변경      
87%가 “평일 휴무가 더 낫다”

지자체 자율 모델에도 역행 조짐
온라인 비중 53%, 대형마트는 11%
“전통시장 매출 늘지 않고 쿠팡만 웃어”
“누굴 위한 규제냐” 소비자도 반발


서울의 한 대형마트 앞에서 시민이 의무휴업일 안내문을 보고 있다. / 사진 : 연합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모(39)씨는 최근 장보기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말한다. “예전엔 일요일마다 대형마트가 문을 여는지 먼저 확인하고 움직였죠. 괜히 헛걸음한 적도 많았고요. 요즘은 그럴 필요가 없어요. 그냥 주말에 장을 보면 됩니다.”

서초구가 지난해 1월 전국 최초로 시행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정책이 동대문구, 청주시, 의정부시, 부산시 등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5월8일 발표한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평일로 휴무일을 바꾼 3개 지역(서초ㆍ동대문ㆍ청주)의 소비자 520명 중 81%가 “만족스럽다”고 응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초구는 무려 87.2%로 가장 높았고, 동대문구(81.4%), 청주시(78.1%)가 뒤를 이었다.

서초구도 대형마트 휴일 영업 이후 유동인구 증가로 주변 소상공인 매출이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새 정부와 여당은 이 흐름을 되돌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조례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평일을 선택하던 기존 구조를 사실상 법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유통업계와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시대 역행”이라며 반발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4년 대형마트가 국내 유통시장의 27.8%를 차지했지만, 2025년 3월 기준으로는 11.1%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 유통은 28.4%에서 53.5%로 급증하며 대세로 자리잡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민은 대부분의 소비를 모바일에서 한다”며 “오프라인 마트를 규제한다고 온라인으로 넘어간 수요를 되찾을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소비자 반응도 비슷하다. SNS와 커뮤니티에는 “이 규제는 쿠팡만 좋은 일”, “전통시장 살린다고 마트 문닫게 하는 건 시대착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수도권 1500가구의 식료품 구매 데이터를 보면 대형마트가 쉬는 날 전통시장 매출은 오히려 줄고, 온라인몰과 슈퍼마켓 매출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휴업일 온라인몰 매출은 평균 130만원, 슈퍼마켓은 110만원 증가했다.

유민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은 대형마트가 문을 닫더라도 온라인 구매를 이용하거나 다른 날에 미리 구매하는 것을 선택한다”면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경쟁관계가 아닌 보완적 유통채널의 성격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해 주민ㆍ소상공인ㆍ대형마트 ‘상생 실험’을 첫 시도한 서초구는 규제 완화의 보폭도 넓히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전국 최초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해 새벽 2시부터 3시까지 단 1시간을 제외하고 전 시간대 영업을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알리ㆍ테무ㆍ쉬인 같은 해외 업체들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는 상황에서, 국내 대형마트만 규제를 받는 건 말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새벽배송 역시 재개됐다.

구 관계자는 “이건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문제”라며 “온ㆍ오프라인 유통이 함께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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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박호수 기자
lake806@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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