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승호 현대차 연구위원이 미래차 신뢰성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 강주현 기자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자동차가 전동화ㆍ자율주행을 축으로 진화하면서 기존에 볼 수 없던 ‘보이지 않는 부식’이 새로운 도전과제로 떠올랐다. 단순히 녹슬고 썩는 기존 부식과 달리, 전자파 노이즈와 누설전류로 인한 예측 불가능한 고장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한 제20회 자산어보에서는 이같은 미래차 신뢰성 패러다임 변화가 집중 조명됐다. 현대자동차와 부품업체, 연구기관 관계자 120여명이 참석해 전동화 시대 새로운 고장 메커니즘과 대응 기술을 논의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안승호 현대차 연구위원은 “전동화 차량에서는 고전압 시스템으로 인한 미세한 전류들이 흘러 전자파 노이즈로 변환되는 ‘보이지 않는 부식’이 발생한다”며 “마치 사람이 치매로 뇌파에 이상이 생기는 것처럼, 자동차도 소프트웨어의 신뢰성이 핵심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기차에는 고전압 케이블 연결점만 30여개가 넘는다. 각기 다른 접지 조건과 부식 환경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누설전류가 발생하고, 이는 모터 베어링 전식이나 전력반도체 열화 등 복합적 문제를 야기한다.
안 연구위원은 “어린 시절 건전지 잔량을 혀로 확인했을 때 따끔거리는 느낌이 바로 전자파 노이즈”라며 “전동화 차량도 배터리에서 나오는 미세 전류가 부식 환경과 만나 예측 불가능한 문제들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위신환 한국자동차연구원 신뢰성기술부문장도 “과거에는 기계적 마모로 인한 고장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전기적 고장이 주요 메커니즘으로 바뀌었다”며 “완전히 새로운 고장 물리 모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기차는 배터리 열화, 충전 시스템 안정성, 모터 내구성 등 기존에 없던 신뢰성 요소들이 추가됐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등 센서 시스템의 오작동이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엄격한 신뢰성 기준이 요구된다.
위 부문장은 “일반 경비행기와 상용 항공기의 안전성 목표치가 100배 이상 차이 나듯, 자율주행차도 운전자가 아닌 시스템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해 극도의 신뢰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이에 대응해 실차 주행 중 누설전류를 실시간 측정해 수명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또 모터 베어링 전식을 직접 감지할 수 있는 안테나 센서도 개발해 기존 간접 측정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려 나섰다.
산업계 전반의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곽용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단장은 “소재부품장비 신뢰성 향상을 위해 올해 200억원 규모의 신뢰성바우처를 지원하고, 450억원을 투입해 양산성능평가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10곳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12곳을 지정해 신뢰성 기술 개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예측 정비 기술과 디지털 트윈 기반 가상 신뢰성 평가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진종욱 한국자동차연구원 원장은 “미래차 신뢰성은 단순한 고장 방지를 넘어 고객 신뢰 구축의 핵심”이라며 “보이지 않는 부식까지 예측하고 제어할 수 있는 선도적 기술 개발에 산업계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
한자연이 개최한 자산어보 행사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 강주현 기자 |
강주현 기자 kangju07@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