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하나로 구현한 “체류형 골목경제”
강남구 GBC 인근 상권 부활에 ‘총력’
서초구 ‘문전성시 3대 프로젝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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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투어패스. / 사진 : 중구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서울 자치구들이 저마다의 전략으로 지역 상권의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 단순한 매출 증대나 축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소비의 동선을 재구성하고, 체류형 콘텐츠를 심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 4월 중구는 자치구 최초로 모바일 기반 관광이용권 ‘서울 중구 투어패스’를 출시했다. 명동, 필동, 장충동, 광희동 등 중구 전역 40개 가맹점을 연결하는 이 디지털 패스는 하나의 티켓으로 전통찻집, 디저트카페, 케이블카, 공예체험, 유료 관광지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24시간짜리 기본권(9900원)과 패키지권(1만9900~2만1900원), 외국인 전용 36시간권(2만5900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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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투어패스의 ‘명동 코스 with 덕수궁’ / 사진 : 중구 제공 |
지난 10일 직접 돌아본 ‘명동 코스 with 덕수궁’은 투어패스의 압축된 축소판이었다. 덕수궁 입장으로 여정을 시작해, 롯데백화점 푸드코트에서 5000원 식사권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이후 ‘코인’ 명동 1호점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받고, 명동 거리를 지나 ‘트립집’에서 공기놀이 세트를 수령한다. 마지막으로 청년떡집 명례헌에서 달달하고 부드러운 인절미 꿀오랑으로 입가심하고, 히든젬 카페에서 초콜릿을 먹으면 투어가 끝이 난다. 이 모든 게 9900원이다.
이 일련의 동선 속에서 계산을 위해 카드를 꺼낸 적은 없었다. 중구 투어패스 앱의 ‘입장’ 버튼만 누르면 각 지점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앱은 현재 위치 기반으로 가맹점 간 거리, 남은 이용시간, 이용 가능 품목 등을 실시간 안내해 체류 시간을 유도하고, 골목 간 이동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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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패스 코스에 포함돼 있는 청년떡집 명례헌에서는 인절미 꿀오랑을 받을 수 있다. / 사진 : 박호수 기자 |
구에 따르면 시범운영 기간(3~4월) 동안 투어패스는 467장이 판매됐으며, 사용자당 평균 4~5곳을 방문했다. 이용률 1위는 남산케이블카, 이어 태극당ㆍ헤이티 등이 뒤를 이었다. 구 관계자는 “명동 중심의 소비를 인근 골목까지 분산시키고, 관광객의 중구 내 체류시간을 늘리는 데 실질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다른 자치구들도 고유한 방식으로 상권 회복의 실험에 나서고 있다. 강남구는 상권 회복을 위한 민관협력 모델을 구축했다. 삼성1동 GBC 인근 음식점 상권이 장기 공사와 의료기관 이전으로 위축되자, 무역센터 내 16개 MICE 관련 기업·기관이 참여하는 CMC(코엑스 MICE 클러스터)와 손잡고 ‘맛있는 동행’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구는 음식점 41곳을 테마별로 정리한 ‘맛집 지도’를 제작해 CMC 직원 9000여 명에게 QR코드 형태로 배포하고, 내부망과 엘리베이터 전광판을 통해 상시 노출하고 있다. 고정 수요 기반의 상권 재생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동작구는 좀 더 장기적인 상권 재생을 실험 중이다. 지난 2020년부터 사당~이수역 일대 18만㎡를 대상으로 진행된 상권활성화사업은 총 1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정밀 사업이다. 이를 통해 월평균 매출은 사업 초기에 비해 약 2.5배 증가했고, 유동인구는 151만 명에서 327만명으로 급증했다. ‘42맥주’, ‘42세일페스타’ 등 지역 브랜드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상권 안내 시스템과 온라인 판로개척 기반을 마련한 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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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성수 서초구청장(사진 중앙)이 잠원동 상권을 찾아 골목 곳곳을 돌아보고 있는 모습. / 사진 : 서초구 |
서초구는 6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문전성시 3대 프로젝트’를 전개 중이다. 양재천, 말죽거리, 방배카페골목 등 11개 골목상권에만 77억원을 투입했고, 지역 할인 상품권도 연간 500억원 이상 발행 중이다.
동대문구는 ‘노포 맛집 인증제’를 통해 30년 이상 운영된 전통 음식점 18곳을 인증하고, 마케팅·영상제작·위생컨설팅 등 선택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노포를 콘텐츠화해 지역 브랜드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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