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SK하이닉스의 D램 반도체 핵심기술을 중국 경쟁업체에 유출하고 삼성전자 자회사의 반도체 세정장비 도면 등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협력업체 부사장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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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12일 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누설 등)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다른 임직원들에게도 징역 1년~1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협력업체 법인에는 벌금 10억원이 확정됐다.
A씨 등은 SK하이닉스와 협업을 통해 알게 된 HKMG(High-K Metal Gate) 반도체 제조기술과 세정 레시피(반도체 공정 과정) 등 반도체 관련 국가핵심기술과 첨단기술, 영업비밀을 중국 반도체 경쟁업체로 유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HKMG는 누설 전류를 막고 정전용량을 개선한 차세대 공정으로, D램 반도체의 속도를 빠르게 하면서도 소모 전력을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이다.
게다가 이들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장비업체 세메스의 전직 직원 등을 통해 초임계(액체와 기체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 세정장비 도면 등 반도체 첨단기술과 영업비밀을 활용해 중국 수출용 장비를 개발한 혐의도 받았다.
세메스의 기술은 초임계 이산화탄소로 반도체 기판을 세정해 손상을 최소화하는 차세대 기술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이다. 국가핵심기술은 반도체ㆍ자동차ㆍ2차전지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과 관련해 기술적ㆍ경제적 가치가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검찰은 국가정보원 산하 산업기밀보호센터로부터 ‘국내 반도체 관련 핵심기술이 중국 반도체 업체에 유출된 정황이 있다’는 정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한 뒤 2021년 1월 A씨 등을 기소했다.
1심은 “레시피와 국가핵심기술인 HKMG 관련 공정 기술을 유출했으며, 세메스 정보를 몰래 취득해 초임계 세정장비를 개발해 공정한 경쟁질서를 위협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여기에 2심은 A씨 등이 SK하이닉스와 공동 개발한 기술 정보를 경쟁 업체에 넘긴 혐의도 유죄로 판단해 처벌 수위를 높였다.
앞서 1심은 해당 기술이 SK하이닉스와 협력사의 공동 소유물인 만큼 대외 발표만 금지된다고 봤지만, 2심은 “기술을 경쟁사에 제공하려면 SK하이닉스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며 비밀유지 대상인 산업기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찰과 A씨 등은 2심 판결에 불복해 모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산업기술보호법에서 정한 국가핵심기술과 첨단기술,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정한 영업비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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