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보다 신공장 건설 경제적” 분석
용도변경 필수… 광주시 협조가 관건
![]() |
금호타이어 광주 2공장 화재현장 잔해 제거작업./사진: 연합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여가 지나며 함평 신공장 이전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화재로 핵심 생산시설이 크게 훼손되면서 복구보다는 추진해왔던 함평 신공장 건설을 가속화하는 게 경제적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는다.
12일 금호타이어와 광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발생한 화재로 2공장 핵심 생산시설이 대규모로 손실됐다. 2공장 24만㎡ 중 14만955㎡가 소실되면서 광주공장 생산 기능의 상당 부분이 마비 상태에 빠진 것으로 파악된다. 휴업에 들어간 직원도 비정규직 포함 2300여명에 달한다.
광주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경제적 손실 추정 보고서에서 “광주공장 화재로 연간 4500억원의 지역 내 생산 감소가 유발되고, 광주 실질경제성장률이 0.32%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기존 공장 재설치 또는 신규 공장 설립에 관한 조속한 결정이 필요하다”면서도 “기존 공장 재설치의 매몰 비용을 고려하면 이전 절차를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금호타이어는 이미 함평공장 이전 절차를 밟고 있었다. 2019년부터 광주공장 이전을 검토해 왔으며, 2021년 12월 LH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함평 빛그린산업단지 내 50만㎡ 부지 매입계약을 완료했다. 매입 대금 1161억원 중 계약금 116억원도 이미 지급한 상태다.
산업계에서는 “막대한 복구 비용을 투입해 낡은 시설을 되살리는 것보다는 최신 설비를 갖춘 신공장을 건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복구 작업에도 1년 6개월∼3년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공장 건설 기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이전론을 뒷받침한다.
지역 차원에서도 함평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광주송정역 인근에 자리한 광주공장은 도심 발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화재로 인한 시민 피해가 1만2000건을 넘어선 상황에서 공장 재건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우려도 상당하다.
변수는 광주시의 협조 여부다. 금호타이어는 총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이전 비용을 현재 공장 부지 매각 수익으로 충당할 계획인데, 이를 위해서는 공장 부지 용도변경이 필수적이다. 광주시는 지금까지 현행법에 따른 절차적 요건 등을 이유로 용도변경을 불허해왔지만, 화재 상황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최근 “새 공장 건립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금호타이어는 강 시장과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와의 면담을 추진하고, 다음달 초 화재 수습 로드맵을 공개하기로 했다. 로드맵에는 광주공장 인력 운용 방안, 1공장 생산 확대 혹은 2공장 재건 여부, 함평 이전 계획 등이 담길 전망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그동안 용도변경에 대한 특혜 논란이 있었는데, 지금은 공장이 멈췄고 2300여 노동자의 고용이 달려 있어 상황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광주시에서 그동안 용도변경 조건으로 내걸었던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요건 중 하나가 (화재로) 갖춰졌다”며 “추가적으로 논의해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금호타이어는 당분간 곡성ㆍ평택 등 다른 국내공장과 해외공장 생산분을 활용해 공급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광주공장이 국내 생산량의 45%를 담당했던 만큼, 조기 정상화 없이는 시장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분기 실적 악화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화재로 생산량이 급감한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도 본격화되면서다. 화재 수습 로드맵이 나오고, 일정 부분 대응에 나설 하반기 들어서야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