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주권 확보 무게… 100조 투자 컨트롤타워 맡아
“기술 집착 대신 서비스” 실용적 접근법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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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은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사진: 연합 |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이재명 정부가 15일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 출신 하정우 박사를 초대 AI미래기획수석으로 임명하면서, 한국형 인공지능(AI) 정책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하 수석은 ‘소버린AI(주권형 AI)’ 개념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인물로, 향후 5년간 100조원 규모의 국가 AI 투자 전략을 총괄하게 된다.
하 수석의 임명은 업계에서 ‘깜짝 발탁’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정치권 하마평에는 없었던 인물이지만,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개발을 총괄하며 이론과 실무, 정책을 두루 갖춘 보기 드문 전문가로 인정받아왔다. 서울대 컴퓨터공학 박사 출신인 그는 9년간 네이버 AI 조직의 핵심 리더로 활동했다.
업계에서는 하 수석이 오랫동안 강조해온 ‘소버린AI’ 전략이 정부 정책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소버린AI는 자국의 언어와 문화, 제도와 가치관을 이해하고 반영할 수 있는 AI를 자체적으로 개발ㆍ운영하자는 개념이다. 단순한 기술 독립을 넘어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주도하는 AI 모델의 문화적 편향성과 정보 오류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과거 해외 거대언어모델(LLM)들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거나 한국 미술작품에 대해 엉뚱한 설명을 하는 등의 오류를 지적하며, 이런 문제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학습되는 정보 자체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이재명 정부는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 장 확보’라는 구체적인 수치 목표와 함께 총 100조원에 이르는 민ㆍ관 합동 AI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하 수석은 정부가 GPU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매입해 국가대표 AI 기업에 제공하고, 이들 기업이 한국형 LLM을 오픈소스로 공개함으로써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는 정책적 구상을 수차례 발표해온 바 있다.
하 수석은 지나친 기술 집착보다는 기능 구현과 서비스화 능력에 무게를 두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무조건 혁신적인 기술을 반드시 한국에서 개발해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이미 나온 기술 흐름을 빠르게 따라잡고 이를 성공적인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소버린AI를 국내 정착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수출 아이템으로 키워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사우디와 필리핀을 시작으로 중동, 동남아, 유럽 등을 대상으로 소버린AI 수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와 ‘국가 최고 AI 책임자(CAIO)’ 제도를 통해 범국가적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구성하고 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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